[OSEN=이상학 객원기자] ‘재활공장장’ 한화 김인식 감독이 2008년판 작품을 내놓았다. 지난해 LG에서 방출된 추승우(29)가 그 주인공이다. 시범경기 때부터 가능성을 보이더니 페넌트레이스 본경기에서는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뒤늦게 뛰어든 외야경쟁에서도 기존 선수들을 추월해 조금씩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지난 1998년 2차 12번으로 LG에 지명돼 2002년 계약금 3000만 원을 받고 입단한 추승우는 철저한 무명으로 지냈다. LG에서 4시즌 동안 1군에서 출장한 경기가 50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1군 통산 타율도 2할9리였다.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 보내야 했다. 어느 새 나이도 찼고, 이미 LG에는 그보다 더 젊은 유망주들이 넘쳤다. 결국 지난 시즌이 종료된 후 추승우는 L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아야했다. 그런 추승우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낸 이가 다름 아닌 ‘재활공장장’ 김인식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직접 구단에 추승우의 영입을 요청했다. 추승우는 연봉 2500만 원에 주저하지 않고 한화와 계약했다. 김 감독은 처음 추승우를 영입할 때 대주자와 대수비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하와이 전지훈련에서는 내야는 물론 외야 수비도 훈련시켰다. 타격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추승우는 캠프 평가전 9경기에서 39타수 13안타, 타율 3할3푼3리에 가장 많은 11타점까지 기록하며 타격에서도 맹활약했다. 기세는 시범경기에서도 계속됐다. 12차례 시범경기에서 27타수 9안타, 타율 3할3푼3리·5득점·2도루로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는 2루수로 출장했지만, 다음 경기부터 수비 위치도 외야로 굳어졌다. 2루수로는 부동의 주전 한상훈이 있는 만큼 외야수로 돌려 활용폭을 넓히고, 주전 외야수 경쟁을 부추기겠다는 복안이었다. 추승우는 외야수비에서도 빠른 적응을 보이며 김 감독을 만족시켰다. 고동진이 팔꿈치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자 김 감독은 “추승우가 있다”며 믿음을 보였다. 결국 추승우는 1군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리고 롯데와 개막전에서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출장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에서 개막전을 맞는 것도 모자라 아예 주전으로 뛰었다. 결과는 4타수 1안타.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우측 2루타를 쳤다. 다음날 고동진이 복귀한 가운데 김 감독은 추승우를 다시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출장시켰다. 추승우는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1볼넷 1도루로 맹활약하며 믿음에 보답했다. 특히 3회말 2사 1·3루에서 롯데 마티 매클레리의 한가운데 147km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작렬시켰다. 5회말에도 중전안타로 출루한 후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매클레리를 마구 뒤흔들었다. 추승우는 한화와 여러 모로 대척점에 있는 선수였다. 잘 빠진 몸매에 발이 빠르고, 재기발랄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화에 필요한 선수인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상대가 조금 센 투수가 나오면 타선이 침묵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추승우는 선구안이 좋으며 기습번트에도 능해 타선이 막힐 때 뚫어줄 수 있는 선수다. 주전으로 활약한 경험이 적어 변수가 많지만 개막 2연패를 당한 한화에 긍정적인 새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재활공장장 김인식 감독의 2008년작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