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AS 로마전서 '존재 이유' 보여줬다
OSEN 기자
발행 2008.04.02 07: 38

[OSEN=스타디오 올림피코(로마), 이건 특파원] '박지숭?'. 2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시작 1시간 전 선발 명단을 받아든 한 영국 기자의 반응이었다. 선수의 이름조차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그들은 박지성(27, 맨유)의 선발 출전 자체가 놀랍다는 한편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퍼거슨 감독이 긱스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 대안으로 박지성의 선발 출전을 예상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2시간 30여 분이 지난 후 영국 기자들은 박지성의 투입이 적절한 조치였음을 알았을 것이다. 이날 경기는 박지성이 왜 맨유에 꼭 필요한 존재인지를 절실히 보여준 한 판이었다. 박지성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나 나니처럼 탁월한 개인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또한 슈팅력도 이들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그에게는 넓은 활동량과 부지런함이 있다. 이날 퍼거슨 감독은 그런 박지성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게 했다. 박지성은 루니, 호나우두 등과 함께 스리톱으로 배치됐다. 맨유에서 스리톱으로 배치되었을 당시 그리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박지성은 공격에 깊숙이 가담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특히 후반 21분 박지성은 오른쪽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포기하지 않고 따라간 후 헤딩 패스로 연결해 루니의 쐐기골을 이끌어냈다. 공격만이 아니었다. 그는 수비에도 적극 가담했다. 수비 시에는 최후방까지 내려가 상대 공격수를 막았다. 특히 전반 도중 비디치가 부상으로 아웃됐을 당시 그는 오른쪽 풀백으로 내려가 수비 공백을 메웠다. 아마도 박지성을 박지숭이라고 발음했던 그 영국 기자의 머리 속에 제대로 된 발음은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의 머리 속에 박지성이 맨유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은 깊이 박혔을 것이다. bbadagun@osen.co.kr 박지성이 스타디오 올림피코 구장에서 몸을 풀며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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