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은 지난 1일 창원 LG와의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서 승리, 2연승으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지었다. 1차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결장한 강혁과 무릎이 안좋은 이규섭의 공백은 없었다. 이날 삼성의 상승세를 이끈 주역은 분명히 골밑을 제압한 테런스 레더(34점 17리바운드)와 고비마다 결정적인 외곽포를 터트린 이원수(3점슛 4개 포함 23점)였다. 하지만 삼성의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주목받지 못한 숨은 일꾼이 있었다. 바로 기회를 기다리며 벤치에서 자신을 갈고 닦던 박영민(29, 189cm)이 그 주인공이다. 박영민은 올 시즌 45경기에 출장, 많으면 28분에서 적으면 18초에 이르기까지 감독의 기용을 기다리는 전형적인 식스맨으로 활약해왔다. 그의 평균 득점은 2.7점, 야투성공률은 51%에 불과할 정도로 주로 리바운드나 수비 등 궂은 일만 맡는 선수였다. 평균 46.2%의 3점슛 성공률과 90%에 달하는 자유투 성공률 외에는 주목할 것이 없을 정도로 팀 내에서 그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만큼은 달랐다. 1차전(3점슛 1개 포함 5득점 1리바운드 1블록 1스틸)서 19분 14초를 뛰며 묵묵히 팀의 승리에 일조한 박영민은 2차전(3점슛 3개 포함 11득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 1블록 1스틸)서 자신의 가치를 맘껏 뽐냈다. 시작은 자신의 장기인 수비였다. 2쿼터 2분 38초경 오다티 블랭슨의 오펜스 파울을 유도하며 코트 밖으로 쫓아내더니, 8분 9초경에는 조상현에게 스틸을 성공하며 속공까지 성공시켜 삼성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는 이날 자신의 마크맨이었던 조상현을 꽁꽁 묶어 3득점으로 막아내는 수훈을 세웠다. 수비로 자신감을 얻은 그에게 남은 것은 공격이었다. 그리고 그 무기는 승부를 결정짓는 3점슛이었다. 2쿼터 1분 40초경 LG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는 3점슛을 성공시킨 박영민은 2쿼터 종료 직전에는 삼성의 18점 차 리드를 결정짓는 3점슛으로 LG를 절망케 했다. 그리고 그 절정은 이날 최대 점수 차(60-34)를 기록한 3쿼터 초반의 3점슛이었다. 박영민의 활약이 더욱 놀라운 것은 이날 그의 야투 성공률이 100%였다는 데 있다. 그야말로 던지면 다 들어갔다. 이른바 플레이오프에서는 '미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삼성에는 박영민이 그런 선수가 아닐까. 박영민 자신은 "아직 팀에 필요할 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하고 있지만, 안준호 감독은 박영민을 암시하는 듯 "선수 한두 명의 부상으로 흔들리지 않는 것이 삼성"이라고 말했다. 오는 6일부터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 5전 3선승제로 격돌하는 전주 KCC가 주목해야 할 선수는 바로 박영민이 아닐까.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