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4번타자와 KIA의 부진
OSEN 기자
발행 2008.04.02 09: 30

KIA가 타선의 중심인 4번타자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4번타자 낙점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던 KIA의 모습이 아니다. 충격의 개막 3연패에 빠진 KIA는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비슷한 병을 갖고 있다. 중심타선의 부진으로 공격력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3연패의 원인은 중심타선의 침묵에 있었다. 3경기에서 클린업트리오는 무안타의 수모를 겪고 있다. 그 가운데 4번의 부진은 심각하다. 조범현 감독은 지난 3월 29일과 30일 삼성과의 시즌 개막 2연전에 신인 나지완을 4번으로 전격 기용했다. 4번을 놓고 최희섭과 저울질했지만 팀 사상 최초로 루키 4번을 선택했다. 당시만 해도 행복한 고민이었다. 장성호와 최희섭 사이에 오른손 타자를 넣어 지그재그 타선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나지완은 신인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2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시원스러운 타구는 나오지 않았다. 나지완의 부진에 고민하던 조범현 감독은 지난 1일 홈개막전을 맞아 새로운 카드를 내놓았다. 개막 2연전에서 5번으로 기용된 최희섭을 4번으로 복귀시킨 것이다. 그러나 최희섭은 결정적인 찬스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0-1로 뒤진 5회말 1사만루에서 두산 선발 랜들에게 바깥쪽 높은 볼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관중석에서 진한 한숨이 쏟아졌다. 한 방이면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나 무산됐다. 지난 2003년 이후 5년 만에 광주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1만3400명) 앞에서 절대 호기를 놓쳤다. 더욱이 최희섭의 타격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희섭은 11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다. 삼성과의 개막 2연전에 5번타자로 출전, 각각 4타수 무안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1일 경기는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특유의 선구안도 사라졌고 유인구에 쉽게 방망이가 나가는 전형적인 슬럼프다. 더욱이 나지완과 최희섭 등 4번타자의 부진은 앞에 포진한 3번타자 장성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투수들이 장성호와 승부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호만 넘기면 쉽게 상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장성호는 3경기에서 볼넷이 5개에 이른다. 지난 1일 아쉬운 0-3 패배 후 조범현 감독은 "4번타자를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며 심각한 얼굴을 했다. 4번의 부진은 중심타선의 부진, 타선의 침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개막 3경기 만에 화두로 떠오른 KIA 4번의 대책이 어떻게 나오게 될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 최희섭-나지완=KIA 타이거즈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