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선동렬(45) 감독이 지난 1일 투수의 제구력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전개했다. 선동렬 감독은 이날 잠실 LG전을 앞두고 "우리 2선발 전병호(35)는 직구 최고 구속이 132km에 그쳐도 제구력이 좋은 투수라 상대가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투수에게 스피드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 감독은 1990년대 오릭스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던 호시노 노부유키(전 오릭스-한신)의 예를 들었다. "호시노는 최고 구속이 128km정도 밖에 안되는 투수였다. 그러나 구질을 노출하지 않는 투구폼으로 타자를 속였고 여기에 제구력과 80km대 슬로커브까지 갖추며 통산 176승을 거뒀다"라며 투수에게 직구 스피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내 무대와 일본 무대를 모두 경험했던 선 감독은 "대개 포수가 주문하는 코스 10개 중 7개를 정확하게 꽂아 넣으면 특급투수로 일컫는다. 그러나 국내 투수들의 경우는 10개 중 5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일본 투수들은 포수가 원하는 코스 중 80% 정도는 쉽고 정확하게 꽂는다. 포수는 미트만 갖다대고 있으면 된다. 국내 투수들도 반복훈련을 통해 제구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로 국내 투수들의 제구력 향상을 기대했다. 이어 선 감독은 "공을 낮게 제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공이 높게 날아가면 타자는 공의 반발력을 이용해 살짝 맞추기만 해도 쉽게 안타를 칠 수 있다. 반면 낮은 코스로 들어가는 공은 맞아도 내야를 벗어나기가 힘들기 때문에 좋은 투구를 펼치기 위해선 공을 낮게 제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 감독은 2004년 삼성 투수코치로 부임한 이후 젊은 투수들의 기량 향상에 힘썼다. 마무리 오승환(26)은 선 감독의 지도 아래 국내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자리매김했고 윤성환(27) 또한 일취월장한 기량으로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쌍권총 듀오' 권오준(28)-권혁(25) 또한 유망주의 틀에서 벗어나 삼성 불펜의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안지만(24), 정현욱(30) 등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에는 이들의 역할이 컸다. 젊은 투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며 한국시리즈 2연패까지 성공했던 선 감독. 그의 지키는 야구에는 '제구론'이 바탕에 있다. chu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