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강조' AS 로마, 맨유의 날개에 당했다
OSEN 기자
발행 2008.04.02 11: 33

[OSEN=스타디오 올림피코(로마), 이건 특파원] 고대 로마군단은 무적이었다. 그들의 상승(常勝)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직하게 진영을 건설해 상대의 기습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것도 그 중 하나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로마군단도 참패할 때가 있었다. 바로 기원 전 216년 칸나에에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군단에 참패를 당한 것이다. 로마 역사상 3대 참패 중 하나로 기록된 이 전투의 패인은 한니발군단의 좌우익에 위치한 발빠른 기병들에게 완전히 농락당했기 때문이었다. 자마 전투 이후 고대 로마는 이 패배에서 빠른 좌우익 보완을 뼈저리게 느끼고 강화했지만 그들의 후예인 AS 로마는 이에 실패했다. 바로 2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경기에서였다. AS 로마의 스팔레티 감독은 1년 전 올드 트래포드에서 1-7로 대패했던 것을 상기해 중앙에서부터 진영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아킬라니와 데 로시는 상대의 역습을 차단하는 등 로마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수비에 중점을 두었다. 이같은 우직한 전법은 빛을 발하는 듯했다. 로마는 전반 중반까지 상대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자신들도 좋은 찬스를 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맨유에는 한니발의 좌우익에 비견할 수 있는 스리톱이 있었다. 바로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웨인 루니, 박지성이었다. 이 셋은 개인기와 기동력, 활동량을 앞세워 상대 수비 뒷공간을 끊임없이 몰아쳤다. 좌우에서 흔들며 수비진을 무너뜨리려고 한 것. 이같은 모습은 결국 전반 39분 골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미드필드 지역 중앙에서 공을 잡은 루니는 개인기로 상대 미드필더를 따돌렸다. 이어 루니는 쇄도하는 스콜스에게 대각선 횡패스를 해주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스콜스는 이 공을 논스톱으로 다시 크로스패스했고 뒤에서 쇄도하던 호나우두가 마무리했다. 두 번째 골도 좌우익이 만들어냈다. 후반 21분 웨스 브라운이 미드필드 지역 오른쪽에서 대각선 크로스를 올렸다. 이 공은 나가는 듯했으나 박지성이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 헤딩 패스로 연결했다. 이 패스를 도니 골키퍼가 제대로 잡지 못했고 앞에 있던 루니가 골로 연결한 것이다. 그 옛날 로마는 기원 전 202년 자마에서 칸나에 전투 대패를 14년 만에 설욕한 바 있다. 과연 AS 로마는 일주일 후 1차전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까?.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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