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말 그대로 천우신조(天佑神助)였다. 박찬호(35.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에 복귀하기까지는 336일이 걸렸다. 지난해 5월 4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츠에서 방출대기된 뒤 거의 1년 만이다. 메츠가 지난 시즌 뉴올리언스(메츠 산하 트리플A)에서 출발한 박찬호를 개막 한 달 만에 부른 것과 달리 다저스는 3일 만에 호출했다. 박찬호가 예상보다 빨리 빅리그에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하늘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날씨와 절묘한 타이밍이 조화되지 않았다면 박찬호는 라스베이거스(다저스 산하 트리플A)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뻔했다. 3일 다저스타디움에 폭우가 쏟아진 것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사막 도시' LA는 1년 내내 강수량이 적기로 유명한 곳. 그나마 11∼3월에나 비가 올 뿐 봄부터 가을까지는 비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무슨 조화인지 전날 LA에는 장대비가 예보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전을 앞두고 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에 양팀 감독은 예정된 선발 투수 대신 구원 투수들을 내세웠다. 결국 경기 중간 비가 퍼부으면서 다저스는 이날만 궈홍즈, 채드 빌링슬리, 에스테반 로아이사 등 선발 요원 3명을 한꺼번에 가동해야 했다. 조 토리 감독이 '12번째 투수'를 급히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시간표도 박찬호의 빅리그행을 도왔다. 박찬호는 4일 솔트레이크시티를 상대로 트리플A 개막전 선발투수로 예고돼 있었다. 만약 등판이 하루만 빨랐다면 다저스의 선택은 달랐을 뻔 했다. 아직 공을 던지지 않은 '싱싱한' 박찬호를 다저스는 필요로 했고, 박찬호는 하루 차이로 호출될 수 있었다. 만약 박찬호가 트리플A 경기에 나선 상태였다면 토리는 다른 대안을 고려했을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에는 스프링캠프에서 박찬호와 5선발 경쟁을 한 제이슨 존슨도 있다. 다시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박찬호는 당분간 불펜에 머무른다. 6일 샌디에이고전 선발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일단 박찬호는 스윙맨 보직을 받았다. 롱릴리프로 대기하다 선발진에 구멍이 뚫릴 경우 그 자리를 메우는 역할이다. 7년 만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2008년. 시범경기 쾌투에 이어 하늘과 신령의 도움으로 다시 빅리그에 올라섰다. 스프링캠프 참가 당시 되새겼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다짐은 결국 현실이 됐다. 남은 것은 마운드에서 후회없는 투구를 펼치는 것 뿐이다. 4일이 다저스의 이동일인 관계로 박찬호는 5일 오전 11시 5분 열리는 샌디에이고 원정 경기부터 불펜 대기한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