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데자뷰' 류현진, '괴물 신화'는 현재진행형
OSEN 기자
발행 2008.04.05 08: 05

[OSEN=이상학 객원기자] 대반전이다. 지난해보다 더 짜릿한 데자뷰였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1)이 자신을 둘러싼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하게 잠재웠다. 지난달 29일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극심한 제구력 난조를 겪으며 선발패했던 류현진은 지난 4일 KIA와의 홈경기에서 아예 완투승을 기록하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연패 고리를 스스로 끊었다. 개인통산 13번째 완투이자 10번째 완투승. 올 시즌 프로야구 1호 완투승이기도 했다. 한화는 류현진의 ‘괴력’에 힘입어 개막 5연패 이후 첫 승을 신고했다. 류현진은 개막전 이후 불거진 시선들을 류현진은 의문을 바로 다음 등판에서 모두 다 풀었다. 개막전 부진은 말 그대로 일시적인 난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더욱 극적인 반전 지난해에도 류현진은 시작이 좋지 않았다. 4월 6일 SK와의 개막전에서 5⅔이닝 5피안타 4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무너졌다. SK 이재원에게 2007시즌 1호 홈런을 맞는 등 조짐이 좋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2년차 징크스’를 꺼내들었다. 류현진의 괴물 신화가 이대로 마감이라도 될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5일 휴식 후 등판한 4월 12일 잠실 두산전에서 8이닝 7피안타 1볼넷 7탈삼진 7탈삼진 1실점으로 보란듯 선발승을 따냈다. 이후 류현진은 데뷔 첫 해처럼 거침없이 쾌속질주했다.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노련미까지 더해져 더욱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로 거듭났다. 올해도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개막전에서 류현진은 데뷔 후 최악의 제구력 난조를 겪으며 자멸했다. 5이닝 6피안타 7볼넷 4탈삼진 5실점(4자책점). 류현진이 자멸하며 개막전 첫 단추를 잘못 꿴 한화는 1986년 리그 참가 후 처음으로 개막 5연패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류현진은 지난해처럼 5일 쉬고, 선발등판한 4일 KIA전에서 9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아예 완투승해버렸다.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류현진 스스로가 꼬여있던 매듭을 풀었다. 지난해보다 개막전 부진 강도가 심했지만 오히려 반전의 강도가 더 강했다는 점에서 더욱 극적인 반전이었다. ▲ 더 노련해진 괴물 류현진은 개막전에서 분명 부진했다. 5이닝 5실점(4자책점)은 류현진에게 수준 이하 피칭이었다. 총 투구수 100개 중 절반이 넘는 51개가 볼일 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피안타 6개, 볼넷 7개에도 불구하고 실점을 5점으로 막은 건 나름 효율적인 피칭이었다. 제구가 되지 않는 와중에도 류현진은 득점권 상황에서 안타를 하나밖에 맞지 않았다. 위기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대량 실점을 피했다. 지난해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이는 가감없이 증명됐다. 당시 2경기에서 류현진은 15차례 득점권 위기에서 안타를 2개만 허용했다. 득점권 피안타율 1할3푼3리. 삼성 선동렬 감독은 “어린 투수지만 위기 관리능력이 정말 좋다”고 극찬했었다. 지난해부터 완급 조절에 눈을 뜬 류현진은 올해 맞혀잡는 피칭에도 재미를 들인 모습이다. 지난 12차례 완투를 기록할 때 류현진의 경기당 평균 탈삼진은 8.83개였다. 하지만 4일 KIA전에서는 탈삼진이 단 4개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3일 대전 삼성전과 함께 최소 탈삼진 완투경기였다. 경기 후 한화 김인식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에 대해 “적절히 맞혀잡는 피칭이 좋았다”고 호평했다. 류현진 역시 “경기 초반 볼넷을 내줘 불안했지만, 맞혀잡는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가졌다. 이제는 신인 때와 달리 힘이 떨어져도 잘 막을 수 있다. 경험을 쌓은 덕분인 것 같다. 맞혀잡을 때는 체인지업을 주로 쓴다”고 밝혔다. 3년차가 아니라 13년차 베테랑 같은 모습이다. ▲ 올해도 질주할까 류현진의 KIA전 완투승은 팀으로나 개인으로나 단순한 1승 그 이상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특유의 압도적인 피칭을 하지 못했다. 올해 개막전 부진이 두드러진 것도 일시적인 부진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진 부진이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됐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KIA전 완투승은 오랜 부진을 깨는 의미 있는 한 판이었다. 특히 경기 중반까지 과감한 직구 위주 승부로 타자를 윽박질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까지 찍혔고, 144km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김인식 감독이 높이 평가한 대목도 바로 이 부분. 경기 중반부터는 특유의 칼날 제구력까지 살아났다. 류현진은 “투구 밸런스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목표로 10승을 설정했다. “매년 10승을 목표로 한다”는 게 류현진의 말이다. 한화 팀 타선이 지난해 KIA가 윤석민이 등판했을 때 그랬듯 도와주지 않는다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류현진은 겸손하게 두 자릿수 승수를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승부욕은 감추지 못한다. 류현진은 경기 후 KIA 장성호가 자신을 상대로 홈런을 뽑아내 역대 11번째 800타점을 돌파한 것을 확인하고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이 씨”. 류현진에게 10승은 어쩌면 시즌 목표가 아니라 전반기 목표일지도 모른다. 지난 2년 연속으로 류현진은 전반기에만 10승을 달성했다. 김인식 감독은 올해부터 류현진을 철저하게 5일 휴식 후 선발등판을 고려하고 있다. 데뷔 첫 해 5일 휴식 후 등판이 18차례였던 류현진은 이듬해 5일 휴식 후 등판이 22차례로 늘었다. 아마 올해는 더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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