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결점'들을 간과한 요미우리의 부진
OSEN 기자
발행 2008.04.05 22: 37

방파제에 생긴 작은 구멍은 그대로 버려두면 크게 커지면서 바닷물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마련이다. 2008시즌 초반 '스타 군단' 요미우리는 자그마한 균열을 간과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요미우리는 5일 현재 1승 7패로 센트럴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팀 타율(2할5리)과 방어율(5.61)도 리그 최하위로 명실상부한 '꼴찌'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라인업에 가득한 요미우리의 약점은 시즌 초반부터 여실히 드러나 있다. 요미우리가 선수단 보강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요미우리는 최근 3년 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서 거액을 베팅하며 스타를 수집했고 외국인선수 또한 최고의 선수들로 데려왔다. 요미우리는 최근 3년 간 FA로 좌완 노구치 시게키(전 주니치), 도요다 기요시(전 세이부), 가도쿠라 겐(전 요코하마),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전 니혼햄)를 데려왔다. 외국인 선수 수급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요미우리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야쿠르트의 4번타자 알렉스 라미레스와 에이스 세스 그레이싱어를 모두 데려오는 동시에 요코하마의 마무리 마크 크룬까지 휩쓸어왔다. 그러나 결과는 개막 5연패를 겪는 등 참담한 수준이다. 요미우리의 고질적인 약점 중 하나는 중간계투진에 있었다. 요미우리가 선발투수와 셋업맨, 마무리투수를 잇는 계투진에 추가한 선수는 베테랑 좌완 후지타 소이치에 그쳤다. 그나마도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방출당한 뒤 구제한 경우다. 화려한 스타들이 가득한 요미우리서 궂은 일을 확실하게 해낼 투수는 없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도 이를 알고 지난 시즌 선발투수로 데려온 좌완 노구치를 계투진에 투입하는 고육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주니치 시절 '투수도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노구치의 활약은 미미했다. 노구치는 지난 시즌 31게임에 출장해 1승 1패 4홀드 방어율 4.30을 기록했으나 결정적인 순간 제구력에 약점을 보이며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다. 노구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요미우리는 니시 도시히사(요코하마)의 노쇠 이후 톱타자 부재로 고심하던 팀이다. 지바 롯데서 데려온 유격수 고사카 마코토는 확실한 톱타자가 되지 못했다. 스즈키 노리히로, 와키야 료타 등을 시험해보기도 했으나 부진할 시 기회를 바로 빼앗아 버렸다. 하라 감독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다카하시 요시노부를 톱타자로 내세웠다. 다카하시는 2007시즌 35홈런으로 팀 내 최다홈런을 기록한 거포다. 게이오대 시절 4년간 24홈런을 기록하며 일찍이 거포 유망주로 명성을 날렸던 다카하시는 1998년 입단부터 지금까지 '요미우리의 왕자'로 추앙받는 스타다. 왕자가 옷을 더럽히며 베이스를 훔쳐야 하는 1번 타자로 나선 것이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다카하시의 활약은 1번 타자의 그것으로 보기 힘들다. 다카하시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톱타자로 나서니 부담이 없어 홈런이 잘 나오는 것 같다. 2008시즌 톱타자로 홈런왕을 노려보겠다"라고 밝혔다. 요미우리 구단 수뇌부는 이를 재미있게 여기고 다카하시에 톱타자 특권을 부여했다. 톱타자가 홈런을 치면 선두타자 홈런으로 각광을 받을 뿐 점수는 단 1점에 그친다. 가장 많이 출루해 득점찬스를 제공해야 할 1번타순에 다카하시를 놓는 것은 토마호크 미사일로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것과 같다. 외국인선수 영입 또한 악평 일색이다. 외야 수비 약점을 감안하지 않은 라미레스의 영입도 일본 현지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레이싱어는 개인주의 성향으로 인해 야쿠르트 시절부터 팀워크를 해치는 선수로 유명했다. 크룬의 경우 마무리 공백을 메웠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세이브 상황을 맞지 못해 개점 휴업 중이다. 비시즌 동안 수술과 재활로 실전 감각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오가사와라, 니오카 도모히로, 이승엽, 다니 요시토모 등 주전들의 공백 및 부진에도 이들을 대신해 꺼낼 카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1군과 2군의 기량 차이가 현저하기 때문이다. 허약한 계투진과 톱타자 부재, 과거 성적만을 고려한 외국인 스카우트, 기량 미달의 벤치 멤버 등은 모두 요미우리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결점들이다. 요미우리는 마무리 투수를 구하는 데 집중했을 뿐 다른 약점들은 눈으로 확인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나쳐 버렸다. 요미우리는 2005시즌에도 작은 결점들을 간과했다가 리그 5위(62승 4무 80패)에 그치는 수모를 맛보았다. 요미우리가 미처 메우지 못한 균열은 다시 점점 커지고 있다. chu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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