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웸블리(런던), 이건 특파원]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 지난 5일(이한 한국시간) 하워드 웹 주심의 마지막 휘슬이 울려퍼질 때 웸블리 스타디움에는 응원가 '케 세라 세라' 가 울려퍼졌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웸블리로 간다' 는 의미를 지닌 응원가로 FA컵 승리 시 그 팀의 서포터들이 부르는 이 노래의 주인공은 포츠머스 서포터들이었다. 포츠머스는 이날 1-0으로 승리, 오는 5월 19일 웸블리에서 열릴 결승전에 진출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웨스트 브롬위치 팬들의 태도였다. 본부석 오른편에 위치했던 웨스트 브롬위치 팬들은 상대가 '케 세라 세라' 를 부르는 데에도 전혀 도발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선수들을 격려했다. 2부리그 팀으로 프리미어리그 팀과 4강전서 대등한 경기를 보여주었다는 것에 큰 박수를 보낸 것이다. 이런 모습은 경기 전이나 경기 중에도 계속 연출되었다. 경기 전 웸블리 경기장 밖에서 양 팀 팬들은 어떠한 충돌도 없이 자신들의 응원가만 불렀다. 어떤 팬들은 서로 좋은 결과가 있으라고 악수를 나누며 함께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양팀 팬들 모두 FA컵과는 인연이 많지 않았기에 4강전에 올라온 것으로 크게 만족했기 때문. 특히 다른 팀들에 비해 가족 단위 팬들이 많이 찾은 것도 이날 경기의 특징 중 하나였다. 경기 중에도 양 팀 팬들은 상대에 대한 욕설이나 도발 없이 자신의 팀에게 힘을 불어넣는데만 집중할 뿐이었다. 이 덕분인지 선수들도 큰 충돌없이 깨끗하게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에도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유니폼을 교환하는 등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이었다. 상대에 대한 도발이 크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유독 웨스트 브롬위치의 한 선수만은 포츠머스 팬들의 욕설과 야유에 시달려야 했다. 바로 케빈 필립스가 그 주인공. 필립스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2시즌 동안 포츠머스의 지역 라이벌인 사우스햄튼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당시 그는 2시즌간 64경기에서 23골을 뽑아내는 맹활약을 펼치며 포츠머스 팬들의 미움을 받았다. 벌써 3년도 지난 일이지만 한 번 라이벌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뛴 그를 포츠머스 팬들이 싫어하는 것은 이들에게 당연했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