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박의 '과감수비', 로이스터 '스몰볼' 잡았다
OSEN 기자
발행 2008.04.06 08: 43

경기 전 김재박 LG 감독은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에 대해 ‘전형적인 미국식 야구’라고 평했다. 김 감독은 “공격적인 야구를 구사한다”며 잘치고 잘달리는 미국야구라고 분석했다.
시즌 초반 ‘공격야구’로 롯데를 돌풍의 팀으로 이끌고 있는 로이스터 감독이 지난 5일 LG전서는 ‘스몰볼’을 구사하다 분루를 삼켰다. 취임할 때부터 “번트보다는 팀배팅에 주력할 것이다. 그러나 번트를 대야할 상황이면 언제든지 대겠다”고 밝힌 것처럼 로이스터 감독은 이날 경기서 2번의 번트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의 번트 공격은 김재박 감독의 ‘과감한 수비’에 막혔다. 로이스터 감독은 2번의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으나 LG 배터리의 과감한 수비로 모두 실패했다.
3회말 LG 최동수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허용, 3-3으로 맞선 뒤 맞은 4회초 공격서 로이스터 감독은 번트 공격을 시도했다. 선두타자 강민호 안타, 다음 타자 마해영의 볼넷으로 얻은 무사 1, 2루의 찬스에서 후속타자 8번 박남섭은 3루쪽으로 번트를 댔다.
그러나 타구가 멀리 나가지 않아 공을 잡은 포수 조인성은 볼 것도 없이 3루로 정확하게 송구했다. 발이 빠른 편이 아닌 2루주자 강민호가 3루에서 포스아웃되면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이 상황은 9회초 마지막 공격서도 재현됐다. 강민호와 마해영의 연속 볼넷으로 만든 무사 1, 2루 찬스에서 역시 박남섭에게 보내기 번트 사인이 떨어졌다. 박남섭은 이번에는 투수 옆쪽으로 번트를 댔고 LG 투수 정재복은 공을 잡자마자 3루로 송구했다.
4회 공격 때 발이 느린 강민호가 3루에서 아웃된 것을 감안한 로이스터 감독은 발이 빠른 이승화를 대주자로 기용했으나 이번에도 3루에서 간발의 차로 포스 아웃됐다. 후속 타자 범타로 역시 찬스는 무산됐고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LG 배터리의 과감한 수비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특히 2번째 정재복의 송구는 자칫하면 올 세이프도 될 수 있는 위기상황이었지만 간신히 아웃시키면서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박남섭의 번트 타구는 비교적 잘댄 것이었지만 LG 수비가 과감했다.
결국 2번의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키지 못한 박남섭은 연장 10회말 수비서 이대형의 평범한 2루 땅볼 타구를 놓치는 실책까지 범해 최동수의 끝내기 투런 홈런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LG가 연장 10회 터진 최동수의 끝내기포에 힘입어 5-3으로 역전승.
‘스몰볼’로 정평이 난 김재박 감독은 번트 공격 만큼이나 번트 수비 훈련도 강도 높게 시킨다. 5일 경기 2번의 번트 수비 성공도 부단한 훈련의 결과물이다. 경기가 팽팽한 중후반 무사 1, 2루에서 상대가 무조건 번트 공격으로 나올 것으로 대비하고 무조건 3루 송구에 대한 훈련을 거듭한 산물인 것이다.
경기 초반에는 웬만해서는 보내기 번트를 구사하지 않는 미국식 ‘빅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로이스터 감독이 이날 만큼은 ‘스몰볼의 대가’인 김재박 감독에게 ‘스몰볼’로 대항하려다가 당한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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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기 9회초 무사 1,2루서 롯데의 박남섭의 보내기 번트 때 2루 대주자 이승화가 LG 3루수 김상현에게 포스아웃되고 있다./잠실=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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