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찰턴 헤스턴은 모세('십계')였고 벤허('벤허')였다. 20세기 중반 할리우드에서 그 만큼 성경 속의 위인 역할을 멋지고 크게 연기한 배우는 찾을 수 없다. 인류의 참담한 미래도 내다봤다. 발가벗긴 채 원숭이의 노예로 살다가 탈출하는 그는 부서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절규했다('혹성탈출'). 윌 스미스의 최신작으로 유명한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인 '오메가 맨' 주인공도 그가 먼저 찍었다. 할리우드의 전성기를 대변하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인 헤스턴이 6일(한국시간) 84세를 일기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벌리 힐스의 자택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지금 미국 영화계는 위대한 배우의 죽음 앞에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본명은 존 찰스 카터(John Charles Carter). 미국 일리노이주의 시골 에반스톤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열살 때 이혼하고 바로 재혼해 대도시 시카고 교외로 이주하면서 헤스턴이란 성을 새로 얻었다.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이후 연극 무대에 서며 배우 수업을 계속했고 1944년 군에 입대, B25 폭격기 승무원으로 2년 복무를 마쳤다. 입대하던 해, 임종을 옆에서 지켜봐준 단 한 명뿐인 아내 리디아 마리 클라크와 결혼했던 그는 제대 후 연극 무대 등을 돌며 향후 배우로 성공하는 기반을 닦았다. 영화배우로의 본격적인 데뷔는 1950년작 '다크 시티'. 스타로의 발돋움은 1952년 '지상 최대의 쇼'에서 멋진 서커스를 선보이면서 부터였다. 이후 190cm의 훤칠한 키에 당당한 근육질 체격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들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거장 세실 B 데밀 감독의 '십계'를 비롯해서 '벤허', '엘시드', '북경의 55일', '카르툼' 등 할리우드 고전 대작의 상당수는 그의 몫으로 돌아갔다. 데밀 감독이 모세 역할에 그를 캐스팅한 일화는 유명하다. 중세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모세 조각상이 헤스턴과 섬찟할 정도로 닮았기 때문. 또 그를 세계적인 톱스타로 만들어준 '벤허'의 벤허 역은 비슷한 스타일의 동시대 배우인 버트 랑카스타의 캐스팅 거절로 이뤄졌다. '모세'에서부터 '벤허'까지, 성경 이야기에 충실한 대작들을 쏟아냈던 20세기 중반 무렵의 할리우드가 가장 탐냈던 배우는 바로 헤스톤이었다. 헤스톤은 '벤허'로 아카데미를 수상했다. 노년의 나이에도 할리우드의 대배우는 영화에 대해 식지않는 열정을 보여왔다. 1994년 70살의 나이에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액션 블록버스터 '트루라이즈'에 출연했고 브루스 윌리스의 '아마겟돈' 등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스타들의 이혼이 일상사인 할리우드에서 헤스턴은 아내 리디아와 64년을 해로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