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이 꼽은 최고의 수훈 선수는 박철우(23)가 아니었다. 바로 노장 투혼을 보여준 후인정(34)이다. 3세트 9점차 뒤집기 쇼의 주인공은 박철우였고 그는 백어택으로 상대 수비를 흐트러 놓으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각종 언론사의 인터뷰 대상도 박철우가 됐다. 지난 6일 인천 도원시립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07-2008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3차전에서 정규리그 3위팀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2위팀 대한항공을 꺾고 1패 후 2연승을 기록, 4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갔다. 첫 세트를 내주면서 불안하게 출발한 현대캐피탈은 이후 2세트를 챙긴 후 3세트서 최대 위기에 몰렸다. 3세트를 9점차로 지고 있자 김호철 감독은 후인정을 빼고 박철우에게 기회를 줬다. 박철우는 이를 놓치기 않고 3세트에만 8득점을 올리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에 대해 후인정은 "기분 좀 안 좋았다. 일단 점수차가 좀 나고 그러면 지든 이기든 자신이 마무리하고 싶어진다. 어쨌든 후배들이 잘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 후배들에게 고맙다"며 선배답게 말했다. 하지만 김호철 감독은 후인정을 최고의 수훈선수로 꼽았다. 그 이유는 "노장이지만 라이트이든 레프트든 가리지 않고 활약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2세트서 후인정은 9-6에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순간 레프트에서 오픈공격을, 다시 라이트에서 퀵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11-6으로 달아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좌우에서 어떤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고 잘 해준 후인정이 김호철 감독은 자랑스러웠던 것. 현재 팀에서 레프트로 뛰고 있는 후인정의 원래 포지션은 라이트. 외국인선수 로드리고가 라이트로 뛰고 그는 팀을 위해 레프트로 뛴다. 또한 정규리그에서도 후배 박철우를 위해 라이트를 내주고 레프트로 뛰는 등 팀의 고참이지만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라이트보다 레프트가 수비 부담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챔피언결정전까지 왔고 3연속 우승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후인정은 "1차전에 졌을 때도 남은 경기서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며 "챔프전에 가서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주위에서 나이도 먹었는데 계속 뭐하는 거냐고 말하기는 한다"고 밝힌 후인정은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생각 안하려고 한다. 코트에서 열심히 하고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며 자신의 역할에 앞으로도 충실할 것임을 다짐했다. 어느덧 최고참이 된 후인정이 후배들을 이끌고 팀을 3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지 주목된다. 7rhdw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