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대결의 진수가 펼쳐진다. 오는 8일부터 광주구장에서 열리는 SK와 KIA의 경기는 스승과 제자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성근(66) SK 감독과 조범현(48) KIA 감독은 서로 뗄수 없는 관계이다. 고교시절부터 프로까지 스승과 제자로 얽혀 있다. 김성근 감독이 충암고 감독시절 조범현 감독은 포수였다. 1학년 때부터 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은 조범현 감독은 매일 15시간씩 초인적인 훈련을 감내해야 했다. 조 감독은 "항상 잠에서 덜 깬 채로 장비와 운동복을 챙겨서 운동장으로 나간 기억뿐"이라고 말했다. 프로에서도 선수와 감독으로 만났다. 김성근 감독이 OB 투수코치와 감독으로 조범현 감독은 주전포수였다. 김영덕 감독 시절에는 김경문 두산 감독이 주로 마스크를 썼으나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는 조범현 감독이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두 사람은 쌍방울에서 다시 만난다. 김성근 감독이 96년 쌍방울 감독으로 부임할 때 조범현 감독은 쌍방울 배터리코치였다. 조범현은 김성근 사단의 멤버였다. 김성근 감독이 중도하차한 99년 중반까지 두 사람은 쌍방울을 조련했다. 이후 스승과 제자는 만나지 못했다. 조범현 감독은 삼성코치를 거쳐 2002년 말 SK 2대 감독으로 부임했고 2006년까지 팀을 지휘했다. LG 감독(2001~2002)과 4년 동안 야인생활을 거친 김성근 감독은 공교롭게도 2006년 말 성적 부진으로 퇴임한 제자 조범현 감독의 뒤를 이어 SK 3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김성근 야구는 조범현 야구의 바탕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노무라 가쓰야 라쿠텐 감독의 ID야구(데이터야구)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엄청난 훈련량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상승을 꾀한다. 최근에는 스피드, 플래툰시스템을 통해 강력한 팀 컬러를 구축했다. 조범현 감독은 KIA 부임과 함께 비슷한 행보를 해왔다. 데이터를 중시하고 훈련량의 극대화, 스피드업, 수비력 강화, 백업층 확보 등을 통해 팀 체질 개선을 도모했다. 개막 이후 기대만큼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팀은 급격한 체질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앞선 시범경기에서는 조범현 감독이 2전 전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노림수도 날카로왔다. 경기에서는 졌지만 4개의 도루를 모두 저격했다. 타이밍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들의 용병술 대결도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3연전은 두 팀에 중요한 일전이다. SK는 개막 이후 잠시 고전했지만 지난 주말 두산전 3경기를 모두 잡아 5승3패로 3위에 올랐다. 이번에 KIA를 잡고 선두까지 넘보고 있다. 3승5패로 부진한 KIA는 여기서 벌어지면 초반 행보가 어려워진다. 2승1패로 우위를 점해야 5할 승률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조범현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서 스승이 옆에 있는 가운데 "SK는 이겨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스승과 제자의 자리가 아닌 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러설 수 없는 길목에서 펼쳐지는 스승과 제자의 대결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