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이희근, 한화 백업포수 '자리매김'
OSEN 기자
발행 2008.04.07 16: 38

[OSEN=이상학 객원기자] “송구 하나는 괜찮아”.
한화 김인식 감독은 지난 몇 년간 포수들에게 유독 질책을 아끼지 않았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포수 자원이 부족한 팀이었다. 올 시즌에도 김 감독의 포수에 대한 불만은 마찬가지로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우리팀은 배터리가 정말 문제가 많다. 다른 것은 문제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다. 투수의 문제도 포수의 리드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화 포수진에 새로운 희망이 떴다. 대졸 신인 이희근(23)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한화는 지난 겨울부터 포수진 세대교체를 생각했다. 신경현과 심광호가 있었지만, 두 선수만으로 우승을 노리기에는 벅차다는 생각이었다.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이희근을 비롯해 박노민·정범모·최연오 등 젊은 포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 시범경기 중반부터 김 감독은 시즌 개막에 대비, 이도형과 같은 베테랑들을 다시 포수로 기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범경기 말미에 이희근이 조금씩 뜨기 시작했다. 9차례 시범경기에서 12타수 4안타로 타격도 좋았다. 결국 1군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이도형이 실질적으로 지명타자와 대타의 기능을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희근이 주전 신경현을 뒷받침하는 백업 포수였던 것이다. 개막 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한 이희근은 지난 6일 대전 KIA전에서 데뷔 첫 선발 출장했다. 그리고 공수에서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 이희근의 선발 출장은 김인식 감독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주전 신경현이 오른쪽 손바닥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경기에 못 뛸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 신경현은 9회초 대수비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선발이 유원상인 만큼 젊은 선수들끼리 배터리로 호흡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김 감독은 이희근에 대해 “경험이 부족하지만, 송구 하나는 괜찮다”고 믿음을 보냈다. 이희근은 이날 KIA의 도루를 2차례나 저지하며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타석에서도 3타수 1안타를 쳤다.
투수 리드도 합격점이었다. 성균관대 시절부터 이희근이 인정받아온 분야도 바로 투수 리드였다. 이날 유원상·안영명 등 젊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KIA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특히 선발 유원상은 이희근에 대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던질수록 잘 리드해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KIA 주자들이 도루를 시도할 때마다 잡아줘 도움이 많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인식 감독도 역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선수다. 올 시즌에도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했다.
시즌 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이희근은 “1군 백업포수를 내 자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는 신경현의 뒷받침하던 심광호를 삼성으로 트레이드시켰다. 이희근에게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1군 백업포수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이희근의 목표는 벌써 달성됐는지 모른다. 이제 목표는 주전 포수로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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