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신인왕이요? 벌써 3년차인데...”. 한화 3년차 우완 유원상(22)은 쑥스럽게 웃었다. ‘신인왕에 한 번 도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3년차라서 신인왕을 노린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인왕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생에 한 번만 주어지는 상인데 생각이 없지는 않죠. 열심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주겠죠”라고 우문현답했다. 유원상은 지난 2006년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계약금으로 무려 5억5000만 원을 받으며 한화에 입단했다. 한화 역대 신인 계약금 최고액이었다. 한화는 이례적으로 입단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아버지가 유명한 야구스타 유승안 전 감독이라는 사실도 화제였다. 그러나 유원상은 데뷔 후 2군에만 머물렀다. 공이 빠르고 묵직하며 구종이 다양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제구가 되지 않았다. 유원상이 2군에 머무르는 동안 입단 동기 류현진은 리그를 지배했다. 대신 유원상은 매년 시범경기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으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TV로 개막전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에야 1군에 올라온 뒤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며 가능성을 확인한 유원상은 올해 전지훈련에서부터 제3선발로 낙점받았고, 시범경기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시즌 개막부터 1군 선수단과 함께 동행하고 있다. 유원상은 “작년, 재작년에는 TV로 개막전을 봤다. 그런데 올해는 내가 TV 속에 있다. 1군 선수단과 시즌 처음부터 함께 하다 보니 심적으로 편하다. 마음가짐도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목동 우리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8피안타 3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기대에 약간 못 미친 유원상은 6일 대전 KIA전에서 6⅓이닝 3피안타 5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승을 신고했다. 경기 후 김인식 감독은 “유원상이 틀이 잡혀간다. 히어로즈전에서도 (브룸바에게) 3점 홈런을 맞은 걸 빼면 괜찮은 피칭이었다”고 호평했다.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는 여전하지만 140km대 중후반 구속이 경기 내내 찍힐 정도로 구위가 좋다. 위기에는 더 강하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5푼4리밖에 되지 않는다. 유원상은 “지난해 포스트시즌과 비교하면 컨디션이 80~90% 정도다. 날이 따뜻해지면 더 좋아질 것이다”며 “1~2선발을 잘 뒷받침하며 10승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10승이라면 신인왕을 노려 볼 만한 성적이다. 올 시즌은 대체적으로 신인 풍년 시즌으로 평가되지만 신인 가운데 풀타임 선발투수는 없다. 유원상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유원상은 데뷔 3번째 시즌이고 19이닝밖에 던지지 않아 입단한 지 5년이 넘지 않았으며 30이닝(투수)·60타석(야수) 이하 1군 경력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신인 자격을 갖추고 있다. 중고신인으로서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는 모두 3명. 1989년 태평양 박정현, 1995년 삼성 이동수, 2003년 현대 이동학이 바로 그들이다. 박정현과 이동수는 입단 2년차에 센세이셔널한 활약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입단 4년차에 신인왕을 탄 이동학은 2003년 당시 최악의 신인 흉년 효과를 누렸다. 올해 유원상은 사상 4번째 중고 신인왕에 도전하는 셈이다. 중고신인은 신인왕 레이스에서 어느 정도 핸디캡이 있지만 유원상은 내심 상에 대한 욕심이 있다. 하지만 더 큰 목표는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유원상은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서 활약해야죠”라며 신인왕보다는 팀 성적이 우선임을 확고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