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몰린 KCC가 서장훈(34, 207cm)을 앞세워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지난 6일 전주 KCC는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7~2008 SK 텔레콤 T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자신들이 내쳤던 이상민(3점슛 2개 포함, 17점)이 맹활약한 서울 삼성에 80-96으로 완패,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넘겨주고 말았다.
결국 허재 감독으로서는 고민 끝에 악수를 둔 모양새가 됐다. 허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서장훈을 영입하며 '높이'의 농구를 추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 이상민을 삼성으로 보내는 힘든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실을 맺어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지만, 고비에서 다시 그 선택이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다.
이상민 대신 영입된 서장훈이 큰 책임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그는 이날 3쿼터 종료 직전 심판 판정에 강력히 불만을 표시하다 테크니컬 파울 2개를 받아 퇴장 당하고 말았다. 4쿼터 추격을 준비하던 KCC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었다.
사실 서장훈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구석도 있었다. 그는 삼성전에서 공만 잡으면 자신을 둘러싸는 이규섭, 강혁, 이정석 등의 거친 수비에 몸살을 앓았다. 그런 상황에서 득점하기는 쉽지 않았고, 서장훈은 2쿼터에 기록한 2득점만을 남긴 채 초라하게 퇴장했다.
KCC에는 다행스럽게도 KBL(한국농구연맹)은 7일 서장훈이 범한 테크니컬 파울에 대해 4강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재정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서장훈의 잘못이 4강 플레이오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서장훈으로서는 명예회복의 기회가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여기에 서장훈이 1차전서 공격과 달리 수비에서만큼은 평소보다 활발한 모습이었다는 것도 좋은 징조였다. 서장훈은 23분 가량 뛰며 8리바운드를 잡아냈다. 평소 7.3개의 리바운드를 잡으며 내외곽을 오가던 그는 이날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서장훈은 올 시즌 평균 16.3득점과 7.3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비록 득점에서는 제이슨 로빈슨, 리바운드에서는 브랜든 크럼프에 뒤졌지만 그의 활약이 없는 KCC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KCC가 추구하는 ‘높이’의 핵심이다.
서장훈이 부활하지 않으면 KCC의 챔피언결정전 진출도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허재 감독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서장훈이 증명해주기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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