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코치들은 투수들에게 "안타를 내줄지언정 볼넷은 내주지 말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볼넷은 많은 투구수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맥이 풀리게 하면서 투수의 피로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현재 LG 투수진은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사사구(50개)를 허용했다. 박명환과 정찬헌은 각각 9개로 류현진(한화,10개)에 이어 유원상(한화)과 함께 공동 2위다. 총 투구수 또한 1255개로 가장 많다. 2위 한화(1184개)에 비해 71개나 많고 8경기를 소화한 6개 팀 중 가장 적은 투구수를 기록한 삼성(1099개)와는 156개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간계투진의 제구력 난조는 더욱 뼈아프다. 그 중 신인 정찬헌은 7⅓이닝 동안 9개의 사사구(볼넷 7개)를 허용하며 4경기서 134개의 공을 던졌다. 정찬헌은 3월 29일 SK 와이번스와의 개막전(4이닝 2피안타 무실점)서 주자를 내보낸 후 쉽게 범타로 처리하며 투구수를 상대적으로 아끼는 피칭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제구력 향상 없이 올 시즌 이러한 피칭이 계속된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1선발 박명환의 경우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박명환은 2경기에 등판해 9이닝 동안 1패 방어율 8.00을 기록했다. 두 경기서 사사구 9개를 내줬고 184개의 공을 던졌다. 1이닝 당 20.4개를 던진 셈이다. 박명환은 올 시즌 탈삼진을 노리기보다는 땅볼 투수로의 변신을 꾀했다. 그러나 땅볼을 유도하는 변화구라도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거나 가운데로 몰리면 소용없는 일이다. 박명환의 1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은 무려 2.22에 달한다. 스코비(우리, 2.25)에 이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2위다. 4게임에 등판해 1패 1세이브 방어율 2.45를 기록 중인 마무리 우규민 또한 4경기에 등판해 3⅔이닝 동안 3개의 사사구를 내줬다. 불펜 투수에게 중요시되는 WHIP 또한 1.64에 달한다. 화재 진압을 위해 나온 소방수가 장작을 쌓고 성냥갑을 만지작거리는 것과 같은 격이다. 2승 6패로 공동 7위를 기록 중인 LG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팀 타율 2할 9리에 그친 빈공에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에만 집중적으로 달려들게 되면 숨겨진 문제에 뒷통수를 맞게 되는 선례는 얼마든지 있었다. 올 시즌 도약을 노리는 LG로서는 타선 강화만이 아닌 투수진의 제구력 보완에도 힘을 기울여야 6년 만의 '가을 야구'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chul@osen.co.kr 박명환-정찬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