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100% 사전제작드라마 ‘비천무’(강은경 극본/윤상호 연출)에 이어 SBS에서 100% 사전 제작 드라마 또 한편이 방송되기 시작했다. 바로 ‘왕과 나’ 후속으로 방송된 월화미니시리즈 ‘사랑해’(정현정 극본/이창한 연출)다. 쪽대본이 만연하고 연장방송, 조기종영이 성행하는 가운데 사전제작드라마는 작품성을 높이고 처음 의도대로 완성된 작품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 4년 후 방송 VS 제때 방송 ‘비천무’와 ‘사랑해’는 100% 사전 제작드라마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작품을 완성하고 편성을 잡기까지는 시간상의 차이점이 있었다. ‘비천무’가 2004년 6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중국 상하이에서 올 로케로 촬영한 한국 최초의 사전제작 드라마였지만 한국에서 편성을 잡지 못하고 4년이 지난 후인 지난 2월 비로소 첫 방송 될 수 있었다는 아픔을 갖고 있다. 반면 ‘사랑해’는 2007년 9월 29일 첫 촬영을 시작했고 지난 1월 28일 모든 촬영을 종료했다. 촬영을 마친지 2개월 만인 4월 7일 지상파 편성을 잡고 방송이 되며 사전 제작드라마가 안고 있는 불안함 중 하나인 ‘편성을 잡을 수 있을까’하는 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말끔히 씻었다. # 14부작 VS 16부작 ‘비천무’는 4년 만에 국내 지상파에서 방송 될 수 있었다는 점 외에도 70분짜리 24부작을 60분짜리 14부작으로 편집해 방송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사랑해’는 70분 16편으로 완성된 그대로 방송한다. # 4년 전 작품 제작발표회 한 배우들 VS 세 번에 걸친 관객들과의 만남 ‘비천무’의 주연 배우인 주진모, 박지윤은 4년이 지난 올해 초 ‘비천무’ 제작 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4년 전 작품이라 촬영 중 일어난 에피소드들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 부분이 많고 또 그동안 방송을 기다리다 지쳤다고 할 만큼 많은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4년 전 풋풋했던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사랑해’의 경우 지난 해 11월 시사회를 열고 올 2월 드라마를 마친 기념으로 다시 한 번 시사회를 열었으며 최근에는 방송을 앞두고 드라마 제작 발표회를 열었다. 총 3번에 걸쳐 출연 배우들이 팬들과 만나면서 충분한 홍보 시간을 가진 것이다. 출연 배우들은 “드라마를 촬영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도대체 언제 방송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사전 제작드라마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했다. # 한국 드라마의 지향점 드라마가 방송되면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작품에서 인기가 많으면 연장방송을 하고 인기가 없으면 조기 종영을 한다는 점,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에 따라 때로는 결말이 바뀌기도 한다는 점, 쪽대본으로 촉박하게 촬영이 진행 된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훼손시키고 오랫동안 그 드라마를 시청해 왔던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이 되기 전 이미 모든 촬영을 마치고 완성된 상태에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되는 사전 제작드라마는 많은 이들의 로망이다. 하지만 사전제작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그 때 그 때 체크해 반영할 수 없고 때로는 편성상의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점, 투자 문제 등 부담이 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비천무’ ‘사랑해’는 한국 사전 제작드라마의 시발점이 되는 작품이다. 과연 이들의 시도가 향후 한국 드라마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happ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