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런던, 이건 특파원] 전반 디아비와 히피아가 주고받은 골은 그저 예고편에 불과했다. 진짜 승부는 후반 23분부터 41분까지 18분 사이에 펼쳐졌다. 9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안필드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리버풀과 아스날의 경기는 왜 챔피언스리그가 꿈의 무대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한 판 승부였다. 양 팀은 전반 한 골씩을 주고받으며 1-1 상황에서 후반을 맞이했다. 이미 양 팀은 일주일 전 열린 1차전에서 1-1로 비긴 바 있기에 남은 45분 안에 경기를 결정지어야만 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홈팀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의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토레스가 기록한 골은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공을 잡은 토레스는 환상적인 오른발 터닝슛으로 아스날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수비하던 아스날의 센데로스나 알무니아 골키퍼도 꼼짝할 수 없는 완벽한 슈팅이었다. 2-1이 되자 아스날의 목표는 분명해졌다. 한 골이었다. 한 골만 집어넣는다면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인해 자신들이 4강에 나갈 수 있었던 것. 웽거 감독은 로빈 반 페르시와 시어 월콧을 집어넣으며 공격에 힘을 실었고 이는 적중했다. 토레스가 자신의 결정력을 보여주었다면 후반 39분 시어 월콧은 자신의 천재성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골문 앞에서 공을 잡은 월콧은 질풍같은 드리블로 상대 4명을 제치며 상대 문전으로 진입했다. 그는 욕심을 내지않고 뒤따라온 아데바요르에게 패스하며 2-2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남은 시간은 6분. 아스날로서는 6분만 견디면 4강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꿈은 불과 1분 후 무너지고 말았다. 리버풀의 윙어 라이언 바벨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고 이것을 콜로 투레가 잡아채는 반칙을 범한 것. 주심은 단호히 투레에게 옐로카드를 줌과 동시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는 제라드.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팬들의 환호가 내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고 밝혔듯 제라드는 후반 41분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3-2가 된 것. 결국 리버풀은 후반 추가시간 바벨의 추가골에 힘입어 아스날을 4-2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기적을 만드는 리버풀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아스날이 보여준 제대로 된 한 판 승부였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