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 한화, 스피드 야구에 동참하나
OSEN 기자
발행 2008.04.09 07: 40

[OSEN=이상학 객원기자] “빅볼이고 스몰볼이고 야구에 그런 것이 어디 있나”. 한화 김인식 감독은 빅볼과 스몰볼로 이분법되는 야구 스타일에 강한 의문을 표했다.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야구’라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었다. 올해 한화를 보면 그렇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도루나 스피드와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김 감독이 부임한 뒤에도 도루와는 담을 쌓은 채 장타에 의존하는 야구를 펼쳤다. 지난해부터 대세로 뜨기 시작한 뛰는 야구에 대해서도 “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상황에 맞는 도루가 진짜”라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3년간 한화는 도루가 175개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었다. 대신 홈런은 371개로 가장 많이 때려냈다. 희생번트도 185개로 가장 적었다. 전형적인 빅볼 야구를 한 한화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조금 달라졌다. 희생번트가 적고 홈런이 많은 것은 여전하지만 도루가 새롭게 한화의 옵션으로 추가됐다. 지난 8일 현재 한화는 팀 도루가 11개로 전체 3위에 랭크돼 있다. 더욱 놀라운 건 도루실패가 1차례뿐으로 도루성공률은 전체 1위(0.917)라는 점이다. 8일 잠실 두산전은 한화가 확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무려 5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두산 배터리를 뒤흔들었다. 특히 7회초 1사 1·3루에서 1루 주자 이희근과 3루 주자 이범호가 절묘한 더블스틸을 성공시키며 귀중한 1점을 추가, 승부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한화가 한 경기에서 도루를 5개나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입이 쩍 벌어질 일이지만 그 5번을 모두 성공시켰으며 더블스틸로 득점까지 한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한화는 올 시즌 달릴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외국인선수 덕 클락을 비롯해 추승우·김수연 등 적극적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수혈되거나 1군 전력으로 컴백했다. 특히 클락은 공수 양면에서 스피드를 살린 플레이가 돋보인다. 11안타 가운데 3루타와 내야 안타가 2개씩이나 있을 정도. 김인식 감독도 “클락은 점점 빛을 발하는 선수”라고 신뢰를 표하기 시작했다. LG에서 방출돼 온 추승우와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큰 활약을 하지 못한 김수연도 기동력에서 큰 힘이 되고 있다. 클락·추승우·김수연으로 재편된 외야진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몰라보게 빨라졌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외야 수비범위가 훨씬 더 넓어졌다는 평이다. 지난해 한화는 종종 외야수비가 구멍으로 작용한 팀이었지만, 올해는 발 빠른 선수들로 외야진이 구성돼 수비가 매우 넓어지고 견고해졌다. 특히 중견수로 기용되고 있는 클락은 두산전에서 4-3으로 쫓기던 8회말 결정적인 다이빙캐치로 팀을 위기에서 건져내며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만능 선수임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한화는 굼벵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팀이었다. 장타가 터지지 않으면 타선이 꽉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기동력으로 상대를 뒤흔드는 건 기대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추승우-김수연-클락으로 이어지는 1~3번 타순이 빠른 발로 상대를 뒤흔들 수 있다는 강점이 생겼다. 김인식 감독은 발 빠른 외야 3인방뿐만 아니라 여러 선수들에게 효과 적절히 뛰는 야구를 구사해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화를 상대할 팀들은 이제 장타뿐만 아니라 발도 조심해야 한다. 개막 5연패로 시작이 좋지 않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속이 알찬 한화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8일 잠실경기 한화의 7회초 1사 1,3루 김민재 타석 때 1루주자 이희근이 2루 도루를 시도했을 때 두산 포수 홍성흔의 악송구를 틈타 3루주자 이범호가 홈스틸에 성공하고 있다. /잠실=황세준 기자 storkjo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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