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다". 조범현 KIA 감독은 지난 8일 스승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와의 홈 경기에서 10회 연장 끝에 1-2로 패한 뒤 "할 말이 없다"는 짧은 말로 경기평을 대신했다. 그만큼 경기 내용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KIA는 이날 경기에서 공격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중심타선 부진, 집중력 부족, 결정적인 주루플레이 미스를 보여줬다.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는 수비 실수까지 겹쳤다. 기대를 갖고 개막을 맞이한 조범현 감독의 계산법이 자꾸만 틀어지고 있다. 지금 KIA 주전 라인업 가운데 제 몫을 하는 선수는 나란히 타율 3할대를 기록하고 있는 톱타자 이용규와 포수 김상훈 정도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집단 슬럼프에 빠져 있다. 연일 호투를 거듭하는 선발투수들에게 승리를 안겨줄 만한 타자들이 없다. KIA는 개막 이후 경기당 3점이 채 되지 않는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KIA 공격의 최대 문제는 클린업 트리오의 부진이다. 장성호-나지완-최희섭의 개막전 중심타선은 사라졌다. 나지완이 부진으로 빠지면서 이현곤 장성호 최희섭으로 구성됐으나 여전히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나란히 2할대 타율에 불과하고 총 2홈런, 8타점에 불과하다. 신인들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나지완은 팀 역사상 최초의 개막전 신인 4번타자로 기세좋게 출발했지만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부진에 빠졌다. 타석에서 무력한 모습이었고 결국 벤치로 들어앉았다. 주루플레이에서는 상대에게 사인을 들킬 정도로 티를 내는 바람에 대주자로 교체되기도 했다. 역대 최단신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2루수 김선빈은 타격서는 활약을 해주고 있지만 수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잡을 수 있는 타구를 여러 개 안타로 만들어주었다. 8일 SK와의 경기에서는 평범한 타구를 시야에서 놓치는 바람에 1타점 2루타를 만들어주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용병 윌슨 발데스. 조범현 감독이 걱정할 정도로 타격페이스가 나쁘다. 타율 1할1푼5리에 불과하다. 시범경기서 보여주었던 폭풍 주루도 출루율이 낮아 휴업 상태나 마찬가지. 여기에 올해 부활을 노리는 노장 이종범도 타율 1할3푼에 불과하다. 또 하나 짚을 대목은 스피드 야구가 정착이 되지 않고 있다. 시범경기까지 KIA의 달라진 스피드야구는 큰 주목을 받았지만 상대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으며 주춤거리고 있다. 더욱이 발빠른 주자들의 출루율이 낮아 스피드 야구의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조범현 감독의 공격력의 밑그림이 흔들리고 있다. 아직 10경기도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예단하기 어렵지만 공격력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같은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선발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KIA의 무력한 공격력이 언제 힘을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