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역시 큰 경기에 강한 스타
OSEN 기자
발행 2008.04.09 10: 07

서울 삼성은 지난 8일 전주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서 승리, 2연승으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1승만을 남겼다. '젊은 피' 가드 이원수(25)의 부상 공백은 느낄 수 없었다. 노장 이상민(36, 183cm)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민은 올 시즌 40경기에 출장, 삼성의 주축 가드로 활약해왔다. 그러나 과거보다 느려진 스피드, 잦은 파울 등으로 '한물 간 것이 아니냐'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잦은 부상을 몸에 달면서도 소속팀을 위해 출전을 강행한 대가였다. 그러나 이날 이상민(20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은 고비마다 터지는 3점슛과 몸을 던지는 수비로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여기에 삼성이 역전당한 상황에서 팀을 재역전으로 이끌며 자신이 왜 '큰 경기에 강한 남자'인지도 보여줬다. 좋은 가드가 즐비한 삼성에서 이상민이 팀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이유였다. 시작은 가드의 기본인 리딩이었다. 1쿼터 7분 16초경 투입된 이상민은 공세의 완급을 조절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또 한 명의 가드 이정석과 보여주는 이상민의 하모니는 KCC를 두렵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붙으면 파고들고 떨어지면 던지는 두 선수의 플레이에 삼성은 환호했다. 그러나 이상민의 활약이 더욱 돋보인 것은 역설적으로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였다. 6점을 뒤진 상황에서 시작한 4쿼터에서 이상민은 3점슛 릴레이로 팀을 78-77로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비록 뒤이은 3점슛은 불발에 그쳤지만, 침착한 수비로 스틸을 성공해 속공까지 성공시키는 이상민의 활약은 승부사다운 모습이었다. 이른바 플레이오프에서는 '미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미치는 선수 이상으로 필요한 것은 위기의 순간 침착하고 냉정하게 팀을 이끌 수 있는 선수이다. 이상민은 "내가 큰 경기에 강한 것이 아니라 컨디션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안준호 감독은 "역시 큰 경기에는 이상민같은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는 10일 잠실에서 3차전을 치르는 전주 KCC 허재 감독이 이상민의 활약을 보며 못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stylelomo@osen.co.kr 지난 8일 이상민이 4쿼터 중반 78-77로 뒤집는 역전 3점슛을 쏘고 있다./전주=손용호 기자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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