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CC, '확률 0%'에 도전한다
OSEN 기자
발행 2008.04.10 10: 00

전주 KCC가 확률 0%의 불가능에 도전한다. 지난 8일 KCC는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7~2008 SK 텔레콤 T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서울 삼성에 93-85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2연패를 당한 KCC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배수의 진을 치게 됐다. 지금까지 KBL 역사상 4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서 연승한 팀은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는 100%의 확률이다. "남은 3경기에서 KCC는 100%의 승률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33.3%의 승률이면 진출이다"는 안준호 삼성 감독의 말처럼 KCC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KCC는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시작은 통렬한 자기 반성과 벤치 마킹이다. 허재 KCC 감독은 8일 경기를 앞두고 최근 KCC가 고전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바로 소속팀 선수들의 지나친 스타 의식이다. 그는 "스타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의식이 있다"며 "그러나 한 선수의 무리수가 나머지 4명의 분위기를 가라 앉힌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허 감독은 그 해결책으로 최근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고 있음에도 명승부를 펼치고 있는 KT&G의 벤치마킹을 들었다. 그는 "KT&G는 전력에서 뛰어나지는 않지만 이기는 농구를 한다"며 "한 번에 무리하기 보다는 빈 공간을 찾으러 끊임없이 움직인다"고 칭찬했다. 허 감독의 찬사처럼 KT&G는 24초를 모두 활용하며 이기는 농구를 하고 있다. 허 감독은 KCC도 KT&G처럼 자신의 강점을 모두 활용하는 농구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평소 박진감 넘치는 농구를 선호하는 허 감독이기에 그만큼 KCC가 절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KT&G에 대한 벤치 마킹에 앞서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높이'의 농구를 표방하는 KCC의 팀 컬러 회복이다. 삼성과 KCC의 대결은 각기 스피드와 높이로 대변되었지만, 실제 KCC는 높이의 농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1차전에서는 27-26으로 리바운드를 한 개 더 잡아냈지만, 2차전에서는 19-30으로 오히려 밀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여기에 블록슛에서는 1차전과 2차전 모두 삼성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화살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실력을 모두 보여주지 못했던 제이슨 로빈슨(18점 2리바운드), 브랜든 크럼프(15점 8리바운드)에게 돌아간다. KCC 높이의 핵인 두 외국인 선수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KCC가 표방하는 '높이'의 농구는 살아날 수 없다. 삼성은 이번 4강 플레이오프에서 KCC에 대비해 적지 않은 준비를 했다는 사실을 경기로 보여줬다. 빠른 스피드에 강력한 외곽포, 그리고 만만치 않은 높이를 가미한 삼성은 스타일은 다르지만 과거 2005~2006 시즌 강력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KCC 또한 강력한 높이를 내세워 올 시즌 정규리그 2위에 당당히 등극한 팀이다. 아직 4강 플레이오프는 최대 3경기가 남았고, 역전의 여지는 남아있다. 이제 남은 것은 '1,2차전을 내준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역사가 없다'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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