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부상자명단(DL)에 오른 탬파베이 레이스 3선발 맷 가자(25)은 '요골 신경 염증(radial nerve irritation)이라는 생소한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조 매든 탬파베이 감독이 "생전 처음 들어본다"고 할 만큼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부상이다. 요골은 아래 팔뼈 가운데 바깥쪽에 위치한 뼈를 말하는데 이 뼈를 둘러싼 신경에 탈이 났다는 얘기다. 흔치 않은 부상이지만 어쨌든 투수 입장에선 공을 던지는 오른팔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통증이 얼마나 컸던지 가자는 부상을 입은 지난 9일(한국시간) 마운드에서 더 이상 공을 못 던지겠다는 신호를 덕아웃에 보냈다. 웬만해서는 투구 도중 교체를 원치 않는 투수들의 성향에 비쳐보면 부상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DL 등재 직후 가자가 한 말이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통증이 처음은 아니며 지난해에도 같은 부위가 똑같이 아팠지만 참고 던졌다"는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심각한 부상이 아닐 뿐더러 조금만 지나면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지만 뒤집어보면 지난해 몸담은 미네소타 트윈스가 소속 선수의 건강체크를 부실히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탬파베이에게도 유쾌하지 만은 않은 발언이다. 가자는 지난 겨울 탬파베이가가 애지중지하는 외야수 델몬 영을 내주고 미네소타에서 영입한 투수. 메디컬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은채 트레이드를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역풍이 몰아쳤다. "그전부터 가자가 이런 부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부랴부랴 해명에 나선 탬파베이와 달리 미네소타 측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론 가든하이어 미네소타 감독은 가자의 발언에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그 친구는 스프링캠프 내내 건강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 와서 그전부터 다쳤다고 말하는 건 뭔가. 우리는 가자의 부상에 관해 어떤 정보도 없었다. 지난해 캠프 때 목에 통증이 있었지만 팔이 안 좋았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목청을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지난해부터 다친 게 사실이라면 그 친구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르지는 않겠다. 하지만 다쳤다는 사실을 제때 통보했어야 했다. 그래야 구단이 상태를 파악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나"라며 씩씩거렸다. 가든하이어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선수가 다쳤으면 구단에 곧바로 얘기하고 치료이든 수술이든 휴식이든 지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자는 '참으면 괜찮겠지'라며 혼자만 알고 넘어갔다가 트레이드 된 뒤에야 '과거사'를 털어놓은 것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이미 '남의 선수'가 된 가자에 대해 미네소타가 책임을 져야 할 필요는 없다. 선수의 부상을 속인채 트레이드를 실시했다면 도덕적 비난을 면키 어렵지만 가든하이어의 반응으로 볼 때 미네소타의 결백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야심차게 얻은 자원이 손상됐다는 것을 확인한 탬파베이다. 팀의 간판 타자를 내주고 어렵게 데려온 투수가 다쳤으니 젖먹이 다루듯 조심스럽게 대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에이스 스캇 캐즈미어를 비롯해 무려 8명의 선수가 DL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탬파베이는 일단 2주 후 MRI 촬영을 통해 가자의 상태를 재검진하는 한편, 4∼6주간 가자를 기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