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롯데-삼성의 시즌 2차전이 열리기 전 대구구장. 이날 롯데 선발 투수 이용훈(31)은 1루 덕아웃에 앉아 동료들의 훈련을 지켜 보았다. 기자들이 "오늘은 방망이가 터져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건네자 이용훈은 "누구나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나도 내가 할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용훈은 이에 앞서 3일 사직 SK전에 선발 등판, 5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으나 수비 실책과 타선 침묵으로 올 시즌 첫 고배를 마셨다. "오늘은 방망이가 터질 것 같다"며 타자들의 화끈한 지원 사격을 예상했던 이용훈의 생각은 아쉽게도 어긋났다. 이용훈은 4회까지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제압한 뒤 5회 박진만-박석민의 연속 안타와 진갑용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2점을 허용했을 뿐 5이닝 4피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으나 3안타를 뽑아내는 데 그친 타선 탓에 올 시즌 두 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타자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원망스러울 법도 하지만 기나긴 부상의 악령을 떨쳐내고 마운드에 오른 만큼 경기에 나설 수 있어 행복할 뿐. 이용훈은 "몇 승을 거두겠다는 것은 욕심에 불과하다"며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것이 목표다. 그러다 보면 좋은 성적을 올리지 않겠냐"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인상적인 투구에도 불구하고 타선 침묵으로 2패를 당한 이용훈. 여유를 잃지 않은 그의 모습 속에 승리보다 값진 무언가가 묻어났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