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의 6연승' SK, 과연 디펜딩 챔피언
OSEN 기자
발행 2008.04.11 08: 40

[OSEN=이상학 객원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돌풍과 우리 히어로즈의 파란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 SK가 조용히 승수를 쌓으며 강호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SK는 파죽의 6연승을 내달리며 롯데·삼성·우리와 함께 7승3패로 공동선두에 랭크돼 있다. 6연승은 올 시즌 프로야구 최다연승이다. 개막전 승리 후 3연패하며 주춤했던 SK지만 어느덧 6연승을 내달리며 선두권으로 올라왔다. 투타에서 과연 디펜딩 챔피언다운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이다. ▲ 더 탄탄해진 마운드 마운드를 빼놓고 강팀을 설명할 수 없다. SK도 마찬가지. 팀 방어율 부문 1위(2.67)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SK는 팀 방어율 1위 팀이었다. 선발진 방어율은 전체 5위(4.25)지만, 시즌 초반 많이 까먹은 탓이다. 첫 4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이 5회도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됐던 SK는 연승기간 동안 선발투수들이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감을 보였다. 특히 케니 레이번과 김광현은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연승기간 동안 선발투수들은 평균 6.4이닝을 소화하며 0점대(0.94) 방어율을 기록했다. 선발진 하나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SK의 진정한 강점은 불펜에 있다. SK는 불펜 방어율이 0점대(0.81)다. 당연히 전체 1위. 가득염·정우람·김원형·윤길현·조웅천·정대현으로 이어지는 벌떼 마운드로 경기 종반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일찌감치 승부가 갈린 덕분에 쉬운 투구를 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타이트한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벌떼 마운드를 주창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4.2회의 투수교체를 하고 있다. 김 감독의 투수교체는 성공적이었다. SK의 승계주자 실점률은 14.3%로 이 부문 전체 선두에 올라있다. 덕분에 SK는 3점차 이내 승부에서 4승1패로 히어로즈(5승1패)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 기복 없는 타선 10경기를 치른 결과 보여지는 기록에서 SK 타선은 평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팀 타율은 3위(0.252)이며 팀 출루율(0.349)·장타율(0.361)에서 모두 4위에 올라있다. 지극히 평균적인 수준이다. 팀 득점도 38점으로 전체 5위. SK 타선은 폭발적이거나 파상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득점권 찬스에서 강한 것도 아니다. 팀 득점권 타율이 1할9푼8리로, 최하위 LG(0.194) 다음으로 나쁘다. 하지만 꼭 필요할 때마다 절묘하게 득점을 올리고 있다. 지난 8일 광주 KIA전에서는 모창민이 10회초 대타로 나와 결승 홈런을 작렬시켰고, 10일 KIA전에서는 4회초 무사 1루에서 히트앤드런 작전을 걸어 박경완의 2루타 때 최정이 홈을 밟아 결승점을 뽑았다. SK는 타율 4할5푼5리·3홈런·5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박재홍을 필두로 최정(0.387)·박경완(0.333)이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재현(0.200)을 비롯해 조동화(0.192)·박재상(0.185)·이진영(0.172) 등 핵심 타자들 다수가 슬럼프에 빠진 상황이기도 하다. 잘하는 타자보다는 못하는 타자가 더 많은 상황이지만 SK 타선은 큰 기복을 보이지 않은 채 필요할 때마다 득점을 쌓고 있다. 그 비결이 바로 볼넷과 도루다. SK는 볼넷(42개)·도루(15개) 모두 2위에 랭크돼 있다. 안타수는 적지만 득점 찬스를 자주 만들고 있는 것이다. SK는 득점권 타석이 106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타선이 기복을 타지 않을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 100% 전력이 아니다 SK의 연승 행진이 더욱 놀라운 것은 정상 전력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SK는 이호준과 정경배라는 베테랑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이호준은 4번 타자이며 정경배는 2루 수비의 실세다. 또한, 시즌 초반 불꽃 타격을 선보였던 박재홍이 감기 몸살로 광주 원정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는 이기고 또 이겼다. 이호준의 공백은 ‘좌타 거포’ 박정권이 훌륭하게 메우고 있고, 정경배의 공백도 정근우가 2루로 들어가고 나주환이 유격수로 출장해 거뜬히 해결하고 있다. 키스톤콤비 실책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박재홍의 공백마저 풍부한 외야진에 의해 감쪽처럼 감춰졌다. 지난해부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부터 SK는 선수 한두 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팀이 아니었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주전선수 몇 명이 빠져도 크게 티 나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이 역점을 두고 진행한 ‘2군의 1군화’ 작업이 올 시즌 화려하게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부상이라는 돌출변수에 무너지지 않는 팀이야말로 진정으로 강한 팀이다. 그리고 42.195km 장기레이스에서 롱런할 수 있다. 지난해 성공으로 자신감까지 더한 SK는 올 시즌 한층 더 능숙하고 성숙된 모습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과연 디펜딩 챔피언다운 면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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