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이종욱, 잠실서 불붙는 '발의 전쟁'
OSEN 기자
발행 2008.04.11 14: 30

발빠른 타자의 출루는 상대 배터리를 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투수는 셋포지션부터 가다듬으며 약점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포수는 공을 받으면서 주자의 움직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빠른 주자를 앞세운 '발야구'는 상대의 수비 시프트까지 바꿔놓을 정도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넓은 잠실구장서는 '발야구'의 효과가 더욱 크다. 지난 시즌 두산 베어스는 톱타자 이종욱(28)을 필두로 한 발빠른 타자들을 앞세워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LG 트윈스 또한 이대형(25)이라는 빠른 톱타자를 내세워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펼쳤다. 11일부터 잠실구장서 펼쳐지는 두산과 LG의 주말 3연전은 이종욱과 이대형의 스피드 경쟁으로 눈길을 모은다. 2006 시즌 도루왕(51개) 이종욱과 2007 시즌 도루왕(53개) 이대형은 도루 능력에 있어 현역 최고로 손꼽히는 주자들이다. 이종욱은 보폭을 짧게 하고 직선거리를 빠르게 주파하는 저돌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친다. 오석환 심판위원은 한 인터뷰서 "아웃 타이밍에도 기가 막히게 수비수를 제치며 슬라이딩을 시도한다. 치고 들어오는 기세가 어찌나 맹렬하던지 등에 식은 땀이 날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제3자인 심판이 이렇게 얘기할 정도니 상대에게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이대형은 베이스 사이를 3.2초 만에 주파하는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한다.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의 일본 오릭스 시절 기록이 3.3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대형의 스피드는 그야말로 엄청난 수준이다. 주루 플레이서 0.1초의 차이는 아웃과 세이프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둘은 모두 팀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올 시즌 2할3푼7리 3도루(10일 현재)를 기록 중인 이종욱은 지난 10일 한화전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볼넷 두 개를 얻어내며 제 역할을 했다. 특히 이종욱은 3회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상대 선발 정민철을 동요시켰다. 이종욱은 이후 홍성흔의 3타점 3루타 때 홈을 밟아 선제 결승점을 올렸다. 이대형은 최근 5경기서 3할4푼8리(23타수 8안타) 4도루를 기록하며 시즌 초 부진서 벗어나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이대형은 2번 타자가 범타로 물러난 6번 경우 중 4번(66.7%)이나 2루 안착에 성공했다. 전체 선수들 중 오재원(두산)과 함께 가장 높은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동안 이대형이 이성렬, 박경수 등 2번 타자의 희생번트로 2루에 진루한 경우는 단 한 번에 그쳤다. 출루 후 병살 없이 득점권에 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시즌 초반이라 이를 100% 믿기는 힘들지만 이대형의 출루가 이어지면 LG는 득점권 찬스에 손쉽게 다가간다. 빠른 발을 앞세운 플레이는 팀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동시에 상대를 압박하는 좋은 무기가 된다. 이종욱과 이대형이 펼칠 '발의 전쟁'에 승부가 달려있다. chul@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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