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의 '변심'과 이승엽의 '부활 데드라인'
OSEN 기자
발행 2008.04.11 15: 03

'위기의 남자' 이승엽(32.요미우리)이 '부활의 데드라인'으로 몰리고 있다. 요미우리 팀 수뇌진이 모두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이승엽을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과 시노즈카 가즈노리 타격코치는 일제히 이승엽의 부진을 언급하며 클린업트리오 제외와 함께 2군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라 감독은 아예 "부활까지는 타임 리미트(time limit)가 있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시노즈카 타격코치는 "이승엽은 지금부터라도 액션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말을 풀이하자면 기한이 있다는 것이고 빨리 확실한 것을 보여달라는 듯하다. 특히 하라 감독이 말한 '기한'이 주목받고 있다. 하라 감독의 말은 이승엽이 컨디션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겠으나 시간을 많이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때까지 부진하다면 2군에 내리겠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이승엽에게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그동안 하라 감독은 이승엽에게 무한대에 가까운 신뢰를 보여왔다. 알렉스 라미레스를 4번타자 후보로 영입하고도 이승엽이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맹활약을 펼치자 곧바로 개막전 4번타자 기용을 선언했다. 그러나 마음이 바뀌었다. 이처럼 오래된 연인에게 냉정하게 결별 선언을 하듯 하라 감독이 변심한 것은 이승엽의 극심한 부진 때문이다. 타율 1할6푼3리, 최근 5경기에선 19타수 1안타, 1타점에 그치고 있다. 지금 당장 2군으로 내려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이승엽에게는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팀이 급하다. 이미 1위 한신과 5.5경기차로 벌어져 있다. 이승엽의 부활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다. 짧게는 이번 주말 야쿠르트와의 3연전이 데드라인이 될 수도 있다. 일본 언론의 표현을 빌자면 이승엽은 지난 10일 비장한 얼굴로 평소보다 두 배에 이르는 특타를 했다고 한다. 이승엽은 "지금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타격폼이나 방망이를 잡는 그립도 예전 전성기 때로 바꾸었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 주변의 따가운 시선. 지금 도쿄에서 가장 외로운 남자는 이승엽이다. 과연 하라는 언제까지 기다릴 것인가. 고국의 팬들은 '변심한' 하라의 결단이 이뤄지지 전에 이승엽이 반전의 계기를 잡기를 고대하고 있다. sunny@osen.co.kr 하라 감독이 이승엽의 연습 배팅을 뒤에서 지켜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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