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상훈이가…". SK 베테랑 포수 박경완(36)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경완은 1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전에 앞서 KIA 주전 포수 김상훈(31)의 안타까운 부상 소식을 접했다. 심각할 수도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막상 한 달 동안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말에 박경완의 표정은 일순간 굳어 버렸다. 전날 광주 SK전에 선발 포수 겸 5번 타자로 출장한 김상훈은 0-1로 뒤진 2회 1사 후 중전안타로 나간 뒤 장성호의 우측 2루타 때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홈 쇄도 과정에서 태그를 시도하던 박경완에게 걸려 바닥에 넘어지면서 왼쪽 발목을 다쳤다. 김상훈은 이날 오전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발목인대 부분 파열과 종아리 근육손상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김상훈은 반깁스 상태로 3주를 보내야 하는 것은 물론 재활기간까지 1개월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박경완은 아무 말 없이 묵묵하게 자신의 장비를 챙기다 "상훈이에게 전화를 걸어 상태를 물어봤는데 별로 좋지 않다고 하더라. 장재중 코치도 생각보다 심하다고 그래서 계속 마음에 걸렸다"면서 "한 달이나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또 박경완은 "상훈이 말로는 내가 홈플레이트를 반쯤 가리고 있었다는데 나는 당시 길을 터놓고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태그하려고 했다기보다 공을 잡고 뒤로 넘어지는 과정에서 내 왼쪽 허벅지에 부딪히며 일어난 일 같다. 슬라이딩을 했다면 다치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번 일은 경기 중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지만 박경완은 일단 자신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이었기에 복잡한 심정이다. 또 같은 포지션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도 수 차례 부상을 경험해 김상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게다가 시즌 초반 불안한 행보를 걷고 있는 KIA의 주전 포수가 이탈함에 따라 조범현 감독의 고민도 함께 깊어지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조 감독은 2006년까지 SK 사령탑이었을 뿐 아니라 박경완을 지금의 명포수로 길러낸 스승이다. 박경완은 "어찌 됐던 상훈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조범현 감독님께도 너무 죄송하다. 나도 포수지만 상훈이가 그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 감독님의 고충을 이해한다"고 걱정한 뒤 "상훈이는 내년에 프리에이전트(FA)인데…"라며 또 한 번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박경완의 친구이자 동료인 투수 김원형은 "상훈이와 특별하게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원래 같은 포지션끼리 서로 친하게 지내는 만큼 남의 일같지 않게 느꼈을 것"이라고 박경완의 마음을 설명했다. letmeout@osen.co.kr 지난 10일 광주 경기 KIA의 2회말 1사 1루서 장성호의 우전안타로 1루주자 김상훈이 홈인하면서 왼발이 SK 포수 박경완과 충돌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