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시티' 폐지 찬성에 대한 반론
OSEN 기자
발행 2008.04.13 12: 37

[데스크의 눈]공영방송 KBS가 최근 단막극 프로그램 '드라마 시티'를 폐지한 사실을 놓고 말들이 많다. 대하사극 '대왕 세종'을 광고 없는 1TV에서 광고 붙는 2TV로 옮기는 조치까지 더해져 비난을 샀다. 한갓진 휴일 오전, 새삼 '드라마시티'를 화두로 삼은 이유는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의 칼럼을 읽고서다. 'KBS '드라마시티' 참 잘 없앴어요'란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을 대하고서, 이는 본문의 역설적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반어법이 아닐까 지레 짐작을 했다. 그러나 내용은 제목 그대로였다.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드라마시티' 폐지의 정당성을 강조했고 단막극 부활을 외치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그 불합리성을 반박했다. 물론 이 씨의 글에는 수긍할 부분도 많고 논리에 정연함이 있다. '드라마시티' 등 지상파 TV 단막극의 존립 주장이, 사실 이와 관련된 방송국 내부 인력과 일련의 작가군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나 EBS의 '독립영화극장' 등 여러 대안을 제시한 부분은 인상적이다. 그렇지만 단막극 무용론의 주된 이유로 나열한 첫째 '단막극 드라마 정도의 '양질'로는 상품적 매력과 존재가치를 느끼기 힘들다. 둘째 '그래봤자 드라마'다. 공익적 가치가 높은 시사 보도나 교양프로그램 취급은 곤란하다. 셋째 기성과 아마추어 사이 미묘한 위치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등의 문제점 제시에는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아래 인용한 이씨의 칼럼 결론 부분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제 할 바를 등한시 하고 수익 보전과 권리에는 늘 당당한 KBS에 면죄부를 줄수 있어 반박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상업적 전제를 무시한 채 공영방송 역할만 부르짖는 것도 광포한 미디어시장 환경에서 어린아이 떼쓰기에 불과하다. 의미 있는 콘셉트 하나가 죽었을 시엔, 언제나 이를 되살리기 위해 갖가지 명분론을 내미는 게 아니라, 이를 시대에 맞도록 변형시켜 재적용시키는 게 원칙이다. 먼저 최근의 KBS는 공영방송이란 이름 아래 국민 시청료와 국고 지원에 그 경영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KBS 임직원의 연봉 수준은 국내 몇 % 이내의 상급 수준에 속하지만 엄청난 적자를 내고서도 책임을 무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심지어 감사 기관조차 거대 언론인 KBS를 사정하기 쉽지않다고 한다. 그런 KBS가 상업적 전제를 무시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에 전념하는것으로 믿는 시청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KBS의 단막극 폐지를 비난하는 게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만을 부르짖는 떼쓰기일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단막극 드라마는 톱스타와 인기작가 캐스팅 등에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씩을 쏟아부어야하는 미니시리즈, 일일드라마 등의 연속극과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하기 때문이다. SBS '온에어' 속 서영은 작가의 말처럼 "드라마에는 욕을 먹어도 누구나 다 지켜보고 시청율이 오를 수 밖에 없는 뻔한 흥행의 공식"이 있다. 투자비용이 커질수록 이 뻔한 흥행 공식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 게 제작진의 고민이다. MBC '베스트극장'과 KBS '드라마시티'는 이같은 흥행 공식과 돈의 압력에서 벗어난 덕분에 많은 수작을 뽑아냈다. 이씨의 얘기와 달리 단막극은 시청자를 상대로, 시청자의 돈을 갖고 실험 투자를 벌였다기 보다는 수익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여진다. 오히려 단막극을 돈이 안되는 프로그램으로만 치부해 시청 사각지대로 내몰고 싸구려 무대처럼 변질시킨 방송국을 질타해야 마땅하다. 이로써 ‘다수 시청자들이 외면하지만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과 ‘완성도는 떨어지더라도 다수 시청자들이 즐기는 프로그램’중 어느 쪽이 공공재 공중파 방송 목적에 맞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시각 차이가 드러난다. 다수만이 아닌, 소수의 시청자도 즐기고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유지하는 게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그래야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을 막을수 있다. 이윤 추구가 지상 과제인 상업방송과 케이블 TV에 이같은 기능을 요구하기란 애시당초 무리다. 또 드라마란 이유로 드라마가 폄하되서는 안될 일이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한국민들은 오래전부터 가요의 트로트 이상으로 TV 속 드라마를 사랑해 왔다. 따라서 자극적이고 진부한 기존 드라마의 틀을 깰 새 형식 및 소재를 단막극에서 선보이는 시도를 낭비와 실패로 보기 힘들다. 어떤 일에건 여러가지 관점이 생겨나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민주 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 씨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동시에 굳이 반박글을 쓰는 게 그래서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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