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약체'에서 '최고'를 증명하다
OSEN 기자
발행 2008.04.13 17: 04

드디어 남자배구 우승컵은 삼성화재에게 돌아갔다. 1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07-2008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의 추격을 물리친 삼성화재가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정규리그 우승팀 삼성화재는 통합우승을 결정지은 동시에 실업시절을 포함 10번째 우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정규리그 개막 전까지만 해도 '크로아티아 용병' 안젤코 추크(25)가 힘만 세고 기량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삼성화재를 우승후보로 꼽는 전문가는 없었다. 김세진에 이어 신진식, 김상우까지 차례로 은퇴하면서 높이는 낮아지고 특유의 조직력에도 허점을 보인 삼성화재는 정규리그에 앞서 열린 KOVO컵에서 대한항공과 LIG손해보험에 밀려 3위를 기록하는 등 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특히 안젤코는 KOVO컵에서 득점이 경기당 10점 안팎에 그치면서 신치용 감독을 걱정시켰다. 결국 전문가들은 노장들이 즐비한 삼성화재를 중위권 전력이라고 평가하는 데 이르렀다. 하지만 뭐든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 신치용 감독의 조련을 받은 안젤코가 팀 조직력에 어우러진 삼성화재는 정규리그 4라운드 1월 28일 한국전력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지난 3월 1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까지 11연승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세터 최태웅은 약하다고 평을 들었던 공격수들을 상대 블로커들에게 막히지 않도록 시간차, 이동공격 등 상대 허를 찌르는 볼 배급으로 팀을 안정시켰고 안젤코는 어려울 때마다 한 방씩 때려주며 삼성화재는 최고의 팀으로 다시 올라섰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로 나섰던 챔피언결정전서 현대캐피탈에 맥없이 3연패로 주저앉던 모습이 사라진 삼성화재는 우승을 향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1,2차전 역전승에 이어 자신만의 플레이로 정상에 등극했다. '미운 오리새끼'였던 안젤코와 '노장'소리를 귀에 따갑도록 들었던 선수들이 똘똘 뭉쳐 일궈낸 우승의 드라마. 우승후보라고 손꼽혔던 LIG손해보험과 KOVO컵 우승으로 상승세를 탄 대한항공,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현대캐피탈 등의 반격을 모두 뿌리친 삼성화재가 배구 축제의 진정한 주인공이 된 순간이다. 그러나 우승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팀들의 치열한 도전에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 삼성화재는 신치용 감독이 항상 "우리는 7명이 뛴다"고 말할 만큼 세대교체를 하지 못한 것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세터 최태웅(32)부터 석진욱(32)과 손재홍(32)이 모두 노장에 속하며 삼성화재 주전 중에 평소 막내라고 불리는 고희진(28)도 다른 팀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세대 교체를 차근차근 준비하며 내년 시즌에는 어떤 또 다른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을지 삼성화재의 다음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7rhdw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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