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행복한 것인가. 혹자는 결혼을 두고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초라한 커플보다는 화려한 싱글이 낫다’고도 말한다. 또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결혼을 두고 딱히 좋은 말들이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결혼은 분명 가혹(?)한 일인가 보다. 그런데 또 주위를 둘러보면 나이가 꽉 찼건 차지 않았건 결혼을 하겠다는 사람은 많다.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결혼을 꿈꾸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그린다. 결혼이라는 것은 미혼자, 기혼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의미의 빛깔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SBS 월화드라마 ‘사랑해’(정현정 극본, 이창한 연출)에서는 혼전 임신을 한 커플들의 모습을 통해 결혼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혼전 임신을 안방극장에서 다룬다고 할 때 민감한 소재이니 만큼 어떻게 그려낼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사랑해’의 경우 민감하고 어려울 수 있는 ‘혼전임신’이라는 소재를 산뜻하고 무겁지 않게, 경쾌한 터치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본능에 충실해 하룻밤을 보내는 것만 생각했지 임신이고 결혼이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두 남녀가 고민하는 모습은 저럴 수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14일 방송된 ‘사랑해’에서 철수(안재욱 분)는 아이를 낳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자신의 아이를 가진 영희(서지혜 분)에게 병원에 가자고 졸랐다. 그 조르는 모습은 또 얼마나 애 같은지. 철수가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한 이후의 생활에 대해 상상을 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철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결혼은 할 게 못 된다’는 말을 듣고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계속 했다. 마감날도 다가오는데 아이를 들쳐 업고 청소는 물론 요리에다 과소비를 하는 아내에게 큰 소리도 한 번 못 내고 노예와 같은 결혼 생활을 하는 모습을 그려본 것이다. 그에게 결혼에 관해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 모두 하나 같이 ‘결혼은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는 거였다. 재미있는 상상 장면에 웃음이 나다가도 결혼이 그렇게 끔찍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영희의 선택도 그려졌다. 영희는 아이를 낙태시키려고 병원에도 가 봤지만 차마 결정을 하지 못했다. 또 주위 사람들의 수근거림도 견디기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이 낳는 것을 반대하는 철수 앞에서 더 무섭고 힘들어지는 그녀였다. 하지만 뱃속에 있는 아이도 생명이라며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영희의 밝은 모습과 아이 낳는 것이 두려운 철수의 초췌한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져 재미를 더했다. 과연 이들의 앞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결혼은 또 무엇인지, 임신은 또 무엇인지 두 사람이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그 과정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앞으로의 전개가 더 흥미진진하다. happ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