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번트로 살펴보는 8개 구단 스타일
OSEN 기자
발행 2008.04.15 08: 42

[OSEN=이상학 객원기자] 메이저리그식 야구를 표방한 롯데와 우리가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희생번트 무용론’이 일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투고타저 흐름으로 작전 및 수비야구가 성행한 상황에서 희생번트 돌풍이 불었다. 김인식 감독의 한화만이 희생번트와 무관하게 성적을 낸 거의 유일한 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롯데와 히어로즈가 희생번트 없이 선전하고 있는 반면 희생번트를 자주 대고 있는 KIA와 LG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김성근 감독의 SK처럼 예외의 팀도 있다. ▲ 희생번트는 필요없다 롯데는 지난해 희생번트가 104개로 현대(125개)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해 희생번트 100개 이상을 기록한 팀은 롯데와 현대밖에 없었다. 2006년에도 롯데는 희생번트 124개로 한 시즌 희생번트 최다기록을 세운 현대(153개)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롯데는 2년 연속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는 희생번트를 확 줄였다. 올 시즌 13경기에서 희생번트가 단 3개로 하나도 기록하지 않은 한화 다음으로 적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메이저리그 출신답게 최대한 희생번트를 줄이고, 강공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희생번트가 필요할 때에는 댄다”고 말했다. 롯데의 3차례 희생번트는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고 그 중 한 번은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히어로즈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히어로즈가 모태로 삼는 현대는 전통적으로 희생번트가 많은 팀이었다. 김재박 감독에 이어 김시진 감독도 희생번트나 히트앤드런 작전을 많이 걸었다. 선수들의 작전 수행능력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지난 2년 연속 희생번트 1위를 기록한 팀 선수들을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팀 스타일은 전혀 달라졌다. 13경기에서 희생번트가 4개뿐이다. 이광환 감독은 웬만하면 선수들에게 맡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히어로즈는 타선이 좋은 팀이고, 특유의 작전 수행능력 못지않게 뛰어난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는 팀 타율·출루율 1위 및 장타율 2위를 차지했고, 올 시즌 히어로즈도 타율·장타율 1위에 출루율 2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팀 득점은 6위였지만 올 시즌에는 2위다. 도루가 늘지는 않았다. 결론적으로 희생번트는 사치였다. 한화와 삼성도 희생번트가 많지 않은 팀들이다. 한화는 올 시즌 14경기에서 단 1개의 희생번트를 시도조차 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김인식 감독과 전통적인 한화의 스타일이 그대로 배어있다. 마운드가 무너지며 하위권으로 추락했지만, 타선은 팀 타율 최하위에도 불구하고 득점력은 나쁘지 않다. 선동렬 감독의 삼성도 지난해부터 희생번트가 부쩍 줄었다. 올 시즌 13경기에서 희생번트가 5개밖에 되지 않는다. 희생번트 부문 4위지만 이 부문 3위 LG(9개)와는 두 배 가까이 차이난다. 무엇보다 삼성의 희생번트는 득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은 5차례 희생번트 중 4차례나 득점으로 이어졌다. 희생번트를 댄 3경기에서도 전승했다. 꼭 필요할 때에만 희생번트를 대 매우 높은 성공률을 자랑했다. 김경문 감독의 두산도 희생번트가 4개뿐이다. 빠른 발이 있기 때문이다. ▲ 희생번트는 필요하다 올 시즌 희생번트를 가장 많이 대고 있는 팀은 조범현 감독의 KIA. KIA는 올 시즌 13경기에서 희생번트 12개를 댔다. 한 경기에 1개꼴로 희생번트를 댄 것이다. 12차례 희생번트 가운데 5회 이전 희생번트가 8개나 되며 한 경기 2개 이상 희생번트도 4차례나 있었다. 이 두 부문에서도 가장 많다. 경기 초반부터 짜내는 야구를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실제로 KIA는 12차례 희생번트가 득점으로 연결된 것은 4차례밖에 없었다. 리그 평균 희생번트 득점성공률이 47.9%지만 KIA는 33.3%에 불과하다. 득점권에서도 5차례나 희생번트를 댄 것을 감안할 때 더욱 비효율적인 결과였다. 그 중에는 지난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김종국이 성공시킨 스퀴즈 번트도 하나있었다. KIA 타자들의 응집력 부재도 크지만 너무 수세적인 야구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범현 감독의 스승인 김성근 감독의 SK도 희생번트가 많은 팀이다. 팀 홈런 1위를 차지했던 지난해에는 희생번트 부문 리그 공동 5위(87개)였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에는 희생번트가 조금 더 많아졌다. 13경기에서 총 11개로 KIA 다음으로 많다. 5회 이전 희생번트도 6개나 있었다. 그러나 SK의 희생번트는 곧 득점이었다. 그리고 팀 승리로 마무리됐다. SK는 11차례 희생번트에서 무려 6차례나 득점으로 이어졌다. 희생번트 득점성공률이 45.5%나 된다. 희생번트를 댄 7경기에서 6승1패라는 호성적을 냈다. 결과적으로 김성근 감독의 희생번트는 매우 효율적이었다. 그렇다고 SK 타자들의 응집력이 좋은 것 또한 아니다. SK의 득점권 타율(0.209)은 KIA(0.207)와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적절한 희생번트가 득점으로 이어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희생번트를 대표하는 김재박 감독의 LG도 빠질 수 없다. 14경기에서 희생번트 9개로 이 부문 전체 3위에 랭크돼 있다. LG는 희생번트를 댄 선수가 8명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서서히 선수들이 김재박 감독의 야구에 적응해가고 있는 부분일 수 있다. 희생번트가 득점으로 이어진 확률도 높다. 9차례 희생번트 가운데 4차례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그 중 2차례는 결승점의 발판을 마련한 희생번트였다. LG는 올 시즌 팀 타선이 매우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자 면면의 이름값과 경력만을 놓고 볼 때 8개 구단 팀 타선 중 가장 처진다. 이런 팀에서는 어느 정도 희생번트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김재박 감독은 이를 꽤 효율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희생번트가 답이 되지는 않는다. LG는 희생번트를 2개 이상 댄 경기에서 2승2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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