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이것은 딜레마다. 메이저리그에서 연일 펼치는 쾌투는 기쁘기 그지 없지만 한편 난감한 상황이다. 1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박찬호(35.LA 다저스)는 4경기서 방어율 1.50을 기록했다. 피안타율(0.292)과 WHIP(1.50)가 다소 높지만 이제 6이닝을 던진 점을 감안하면 인상적이다. 특히 최근 3경기 4⅓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을 잇고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선발로테이션 진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조 토리 감독은 5선발 에스테반 로아이사의 대타로 좌완 궈홍즈를 낙점했을 뿐 박찬호를 외면했다. 오히려 경기 후반 접전에서도 기용하는 등 전업 불펜요원으로 간주하는 느낌 마저 주고 있다. 이 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박찬호가 다저스 선발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은 더욱 더 낮아진다. 우선 올해 연봉 1500만 달러의 '귀하신 몸' 제이슨 슈미트가 다음달 중순이면 복귀한다. 다저스는 시즌 개막 전 슈미트가 5선발을 맡는 것을 전제로 로테이션을 짰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로아이사를 대타로 기용했다. 연봉 700만 달러인 로아이사가 '제자리'인 롱맨으로 돌아간 이상 슈미트가 돌아오면 궈홍즈도 불펜행을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현재 롱릴리프인지 셋업맨인지 구분이 안 되는 박찬호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또 하나 장벽은 다저스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좌완 클레이튼 커쇼의 존재다. 이제 약관인 커쇼는 향후 내셔널리그를 평정할 것이란 평가를 벌써부터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한 시범경기서 4차례 등판, 방어율 1.93을 기록했다. 팬들의 기대치가 하늘 끝까지 치솟아 있다. 하지만 다저스는 이닝수를 조절하기 위해 커쇼를 더블A 잭슨빌에 배치했고, '때' 만을 기다리고 있다. 커쇼가 메이저리그에 승격할 경우 구원이 아닌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될 것은 불문가지다. MLB.com의 켄 거닉 기자는 16일(한국시간) 팬들과의 질의응답 코너에서 커쇼의 승격 시기를 올스타 휴식기 이전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다저스는 선발요원만 무려 9명을 보유하게 된다. 결국 박찬호가 선발 복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본인이 그렇게 원했던 다저스를 탈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선발 투수들의 줄부상 또는 동반부진이 발생하지 않는 한 불펜에서 역투하는 박찬호를 토리 감독이 선발로 기용할 확률은 시간이 갈 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직 섣부른 예상이지만 박찬호에게 관심을 나타내는 구단이 나타나더라도 선발자리를 선뜻 제시할지는 미지수다. 불펜에서 효과적인 피칭을 계속한다면 다른 팀들은 선발이 아닌 '중간계투' 박찬호의 효용성을 발견할 것이고,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박찬호는 '구원 투수'로 메이저리그에서 인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이 생겼을 때는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다. 그저 묵묵히 주어진 역할을 소화하다 보면 일이 술술 풀릴 때가 있다. 다저스 입단 후 박찬호의 운이 그래왔다. 토리 감독이 박찬호를 신임하고 있는 이상 최우선 순위는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순리에 맡기면 된다. 조급해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workhorse@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