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마운드는 언제나 베테랑들이 중심이었다. 송진우·구대성·정민철·문동환·최영필까지 지금쯤 '그 때 그 사람들'로 지칭될 수도 있는 베테랑들이 지금도 변함없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 초반 한화의 하위권 추락에도 베테랑 구대성·문동환의 부상 공백을 무시할 수 없다. 베테랑들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그만큼 베테랑들을 밀어낼 만한 젊은 투수들이 부족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야 한화는 마운드 세대교체를 본격화하고 있다. 올 시즌 한화가 거둔 5승 가운데 4승이 20대 젊은 투수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젊은 피 5인방 선발 중에서는 미래의 ‘좌우 원투펀치’ 류현진과 유원상이 돋보인다. 류현진은 1987년생, 유원상은 1986년생이다. 지난 2006년 나란히 입단한 프로 3년차밖에 되지 않는 유망주들이다. ‘괴물 에이스’ 류현진은 이미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프로야구 대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에도 3경기에 등판, 2승1패 방어율 3.10 WHIP 1.18로 호투 중이다. 2년간 인고의 세월을 거쳐 올 시즌부터 1군 붙박이 멤버이자 선발로 발돋움한 유원상도 3경기에서 1승1패 방어율 5.71을 기록 중이다. 제구가 좋지 않지만 140km대 중후반의 묵직한 직구가 위력적이다. 안영명과 윤규진의 불펜의 요새로 떠올랐다. 두 선수 모두 각각 전지훈련과 시즌 초반 선발 수업을 받았지만, 불펜이 약한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허리진을 지키고 있다. 안영명은 이미 검증을 끝마친 특급 셋업맨이다. 140km대 빠른 공으로 타자를 힘으로 윽박지르는 타입이다. 연투 능력도 좋고 제구력도 많이 안정됐다. 윤규진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맞이한 올 시즌 150km대 강속구를 뿌리며 성공적인 복귀를 알리고 있다. 안영명은 3홀드, 윤규진은 2홀드를 마크하고 있다. 한화가 기록한 홀드 6개 가운데 5개를 이들이 책임진 것이었다. 이와 함께 고졸 4년차 우완 기대주 양훈이 실질적인 전력으로 자리 잡을 조짐이다.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넘나드는 ‘스윙맨’ 역할을 맡고 있는 양훈은 아예 선발로 뿌리 박을 기세. 지난 15일 우리 히어로즈와의 청주경기에서 6⅓이닝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양훈이 6⅓이닝을 던진 것은 데뷔 후 2번째 일이고, 무실점으로 막은 건 처음있는 일이다.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한 것이다. 138~142km 직구와 지저분한 볼끝의 투심 그리고 좌우 코너를 찌르는 제구력이 빛을 발했다. 벌써 다음 등판이 기다려지는 양훈이다. PS 진출 바로미터 한화 젊은 피 5인방의 평균 연령은 불과 22.6세. 한화의 마운드 세대교체는 늦었지만 현 시점만 놓고 볼 때에는 나쁘지 않다. 특히 만 25세 미만 투수들로 한정하면 한화의 젊은 피 투수는 매우 풍족한 편이다. 만 25세 미만 투수 중 1군 전력으로 한정할 때 안영명(24)·윤규진(24)·유원상(22)·양훈(22)·류현진(21)으로 구성된 한화를 능가할 팀은 많지 않다. 이들뿐만 아니라 김혁민(21)·윤기호(20)도 잠깐씩 활약했다. 한화의 만 25세 미만 투수들은 올 시즌 4승4패5홀드 방어율 4.29를 합작하고 있다. 8개 구단 중 만 25세 미만 투수들 가운데 승수·홀드가 가장 많고, 투구이닝(77⅔)도 가장 많다. 만 25세 미만 젊은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와 공헌도가 제일 높은 팀이 바로 한화다. 2000년대 이후 한화는 20대 젊은 투수들에게 무덤과 같은 공간이었다. 송진우·정민철·구대성·한용덕·문동환·지연규·최영필 등 베테랑 의존도는 짙어졌는데 젊은 투수들이 쑥쑥 성장하지 못했다. 2000년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데뷔 첫 해 10승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였던 조규수는 데뷔 첫 해가 커리어-하이 시즌이 되어버렸다. 2004년에는 송창식이 있었지만 그 역시도 현재까지는 신인 시절이 커리어-하이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2006년 류현진이 불운을 끊었고, 이후부터 조금씩 20대 투수들이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시점이다. 언제까지 송진우·정민철·구대성만 바라볼 수 없는 노릇이다. 한화를 떠받쳤던 베테랑 투수들은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구대성과 문동환은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고, 송진우와 정민철도 예전 같지 않다. 최영필과 권준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대 투수들이 뜨고 있는 건 고무적인 현상이다. 8개 구단에서 한화보다 만 25세 미만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은 없다. 물론 삼성처럼 이미 20대 중후반 투수들로 물갈이해 세대교체를 끝마친 팀도 있다. 그나마 전병두(24)·윤석민(22)·한기주(21)·손영민(21)·양현종(20)의 KIA가 한화와 견줄 만하다. 한화는 젊은 투수들의 활약에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려있다. 분명 좋은 기회다. 류현진-유원상-안영명-윤규진-양훈.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