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뉴욕 양키스는 찬란한 전통에 걸맞게 영구결번도 많다. 1번부터 10번까지 알짜배기 번호 중 2개를 제외한 모두가 결번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2개도 결번이 확실시된다. 주장 데릭 지터가 2번이고, 팀에 4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긴 조 토리 전 감독(현 LA 다저스 감독)이 6번을 달았다. 아직 결번되지 않았지만 '은퇴'가 유력시되는 번호로는 21번도 있다. 90년대 양키스팬들의 큰 인기를 끈 폴 오닐이 현역시절 사용한 번호다. 그런데 17일(한국시간) 의 보도에 의하면 중간계투 라트로이 호킨스가 아무 생각 없이 이 번호를 달다가 혼쭐이 났다. 지난해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뛴 호킨스는 선수 생활 내내 32번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 번호는 양키스에서 달 수 없다. 전설적인 포수 엘스턴 하워드가 32번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시즌 개막과 함께 호킨스는 21번을 선택했다. 아직 결번되지 않은 데다 시범경기서 이 번호를 사용한 내야수 모건 엔스버그의 양보를 받았다. 그런데 개막전에서 그가 등판하자 양키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은 그에게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뿐만 아니라 팬들은 오닐의 이름을 연호하기까지 했다. '성스러운 오닐의 번호를 네가 왜 달았느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양키스의 독특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호킨스는 고민 끝에 팀동료 지터, 마리아노 리베라와 상의했다. 그들의 충고는 "번호를 바꿔달라"였다. 결국 호킨스는 탬파베이 원정을 마치고 다시 홈경기를 치르는 17일(한국시간) 보스턴전부터 22번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22번은 지난해까지 로저 클레멘스가 사용한 번호이지만 클레멘스의 '약물 추문'이 드러난 이상 팬들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강한 승부욕과 필드에서 온 몸을 내던지는 근성으로 똘똘 뭉친 오닐이 양키스 팬들의 사랑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사실을 몰랐던 호킨스만 시즌 도중 번호 교체라는 '부산'을 떨게 된 것이다. 2001년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오닐은 현재 양키스 전담 중계 방송국인 YES의 해설자로 일하고 있다. 참고로 양키스에는 모두 16개의 영구결번이 있다. 1, 3, 4, 5, 7, 8(요기 베라, 빌 디키 2차례 결번), 9, 10, 15, 16, 23, 32, 37, 44, 49 번이다. 전구단 결번인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은 한 차례 더 결번이 확실하다. '수호신' 리베라가 95년 데뷔 당시부터 42번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20번(호르헤 포사다)과 51번(버니 윌리엄스)도 결번이 유력하다. 90년대 황금멤버들이 모두 은퇴하면 양키스의 영구결번은 최대 21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스타군단 양키스에선 번호 고르기도 쉽지 않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