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행복한 '염기훈 딜레마'
OSEN 기자
발행 2008.04.17 08: 28

울산 현대의 김정남 감독이 염기훈의 활용 문제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고민의 정체는 바로 염기훈(25)의 정체성이다. 염기훈은 '미드필더'인가 아니면 '스트라이커'인가. 분명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염기훈은 공격력이 뛰어난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바로 염기훈이 대표팀에서 보여주고 있는 활약 때문이다. 염기훈은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에서 미드필더가 아닌 스트라이커로 전진 배치됐다. 정조국, 조재진 등 믿었던 선수의 줄 부상 그리고 이동국의 징계 등으로 부족한 스트라이커 자원 고갈 해결을 위한 깜짝 기용이었다. 그러나 일본전에서 시작된 득점 행진이 북한전까지 이어지며 그의 스트라이커 기용은 더 이상 미봉책이 아닌 한국 축구의 골 결정력 부족 대안으로까지 부각됐다. 이는 대표팀에 염기훈을 양보하며 전지훈련에 그를 데려가지 못했던 김정남 감독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여기서 울산의 염기훈 딜레마가 비롯된다. 물론 행복한 고민이다. 빈 공간을 파고드는 센스, 날카로운 왼발 슈팅과 더불어 강렬한 프리킥을 갖춘 염기훈은 분명 뛰어난 선수다. 문제는 소속팀에서 그의 위치를 놓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염기훈을 미드필더로 기용하기엔 공격력이 아깝고, 막상 스트라이커로 기용하기엔 조금 부족한 모습이다. 울산의 스타일과 전술을 떠올린다면 이 문제는 확연히 드러난다. 울산은 재미없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장신 공격수를 기반으로 한 간결한 플레이를 추구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측면을 파고들며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주거나 장신 공격수가 만든 빈 공간을 파고드는 플레이다. 올 시즌도 울산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염기훈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전술에 고민하고 있을 따름이다. ‘염기훈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갈 것인가’ 아니면 ‘염기훈이 팀에 맞춰 플레이를 펼칠 것인가’의 여부다. 이에 따라 울산은 염기훈을 스트라이커와 미드필더로 배치하며 분주히 실험을 했다. 포메이션도 4-4-2 시스템과 3-5-2 시스템 등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그 과정에서 울산은 8경기에서 3승 3무 2패라는 만족스럽지도 불만스럽지도 않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구축한 선수를 알고 있다. 바로 이천수다. 이천수는 울산에서 놀라운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며 울산을 자신만의 팀으로 만들었다. 지난 2005년 인천을 꺾고 K리그 우승을 손에 쥔 울산은 이천수의 팀이었다. 결국 염기훈이 '제2의 이천수'가 될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은 무의미해진다. 염기훈에 맞춰 팀이 다시 한 번 변하면 될 뿐이다. 울산의 고민 해결은 염기훈의 활약에 달려있는 셈이다. 그리고 울산은 염기훈이 '제 2의 이천수'가 되기를 바라마지않고 있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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