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직구는 그냥 던져도 못쳐". 지난 16일 인천 문학구장 SK 전력분석실. 김정준 전력분석팀 과장이 한 명의 선수를 앞에 두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가운데 직구를 꽂아 넣어도 쉽게 큰 것을 허용하는 구질이 아니다. 코너워크를 의식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것 생각할 필요없이 자신감 있게 공을 던져라". 이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던 선수는 바로 이날 삼성전에 선발 투수로 예고된 송은범(24)이었다. 송은범은 지난 2003년 SK에 1차로 우선지명됐다. SK는 빠르면서도 묵직한 직구 때문에 이미 고교시절 전국에서 이름을 날려 차세대 에이스감으로 성장해주길 기대했다. 게다가 인천 동산고를 나와 프랜차이즈 스타로도 안성마춤이었다. 하지만 송은범은 기대대로 성장해주질 못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통산 19승을 올렸을 뿐이었다. 팔꿈치 부상 등으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고교시절 넘치던 자신감이 조금씩 퇴색됐기 때문이다. 정면 대결을 피하다보니 볼넷이 많아졌고 주자를 모아두다 보니 안타 한 방에 무너지기 일쑤였다. 결국 김 과장은 송은범에게 기술적이고 전력적인 정보를 제공하기에 앞서 자신감을 주입시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송은범은 이날 삼성 타선을 상대로 5⅓이닝 동안 6개의 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하지만 최고 149km의 직구를 앞세워 삼진 3개를 잡아낸 것은 물론 볼넷은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SK 타선은 1회에만 7타자 연속 안타를 터뜨려 기선을 제압, 7-6으로 승리했다. 송은범은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20승째를 거뒀다. 올 시즌 5선발 확정 가능성도 높였다. 송은범은 "타자들이 초반에 점수를 많이 내줘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타자들의 타이밍에 신경썼다"며 "작년에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해였다면 올해는 캠프를 통해 기술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송은범은 "되도록 많은 이닝을 던지도록 하겠다"며 "그래야 선발진에서 빠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장미가 서려있는 농담으로 자신의 목표를 대신했다. letmeout@osen.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