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클래스 재진입을 노린다' 지난 시즌 세이부 라이온스는 66승 2무 77패(리그 5위)를 기록하며 25년 만에 B클래스(리그 4~6위)로 떨어졌다. 지난 1982년 이후 항상 리그 1~3위 자리를 고수했던 세이부는 팀의 심장과도 같던 이토 쓰토무 감독을 해임시키고 80년대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와타나베 히사노부(43)를 감독으로 임명했다. 와타나베는 지휘봉을 잡으면서 "2008 시즌은 팀 리셋(Reset)의 해"라고 밝히며 팀 성적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23게임을 치른 지난 16일 현재 세이부는 13승 1무 9패의 성적으로 리그 선두에 올라있다. 리그 최하위인 오릭스 바펄로스와 4.5게임에 불과한 혼전 속에 있지만 지난 시즌까지 팀의 쌍포로 활약했던 와다 가즈히로(36. 주니치), 알렉스 카브레라(37. 오릭스)의 이적으로 타선 약화가 예상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다. 세이부의 선전에는 신구의 조화가 바탕에 있다. 세이부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야쿠르트의 베테랑 좌완 이시이 가즈히사(35)를 프리에이전트(FA)로 데려왔고 FA로 이적한 와다의 보상선수로 주니치의 승리 공식 중 한 명이던 불펜투수 오카모토 신야(34)를 지명해 데려왔다. 둘 다 일본서 '구위를 갖춘 노련한 실력파'로 평가받는 투수들이다. 두 베테랑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활약으로 팀 투수진을 이끌고 있다. 이시이는 27⅓이닝 동안 3승 무패 방어율 1.98의 성적으로 지난 시즌 다승왕(17승) 와쿠이 히데아키(22), 외국인 투수 맷 키니(32), 2년차 우완 기시 다카유키(24)와 함께 강력한 선발투수진을 구축하고 있다. 오카모토 또한 9경기서 4홀드(3위) 방어율 1.09를 기록하며 세이부의 새로운 승리 공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불안한 뒷문으로 역전패하는 경기가 많았던 세이부에 '오카모토 효과'는 기록 그 이상을 가져다 주었다. 오카모토가 맛있는 밥상을 차리면 마무리 알렉스 그라만(30)은 부담없이 5세이브(방어율 0)를 소화해냈다. 타선서는 젊은 타자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 홈런왕(39개)으로 새롭게 세이부 타선에 가세한 왼손 거포 월터 브라젤(28)은 주포로 자리매김하며 2할7푼 9홈런(1위) 16타점(공동 2위)을 기록 중이다. 변화구 대처에 다소 약점을 보이고 있으나 파워만은 카브레라 못지 않아 상대 투수들에게는 공포로 다가온다. 5년차 오른손 거포 G.G. 사토(30)는 3할1푼 4홈런 16타점으로 와다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으며 마쓰이 가즈오(32. 휴스턴)의 이적 후 곧바로 유격수 자리를 꿰찬 나카지마 히로유키(26)도 2할9푼 3홈런 15타점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 2할5푼 7타점을 기록 중인 2루수 가타오카 야스유키(25)는 도루 10개(1위)로 상대 배터리를 뒤흔들고 있다. 세이부는 2004 시즌부터 신예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적극적으로 선발 라인업에 기용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5위에 그치며 젊은 선수들의 활약 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느낀 세이부는 외부에서 베테랑을 영입해 팀의 중심축을 새로이 잡았다. 경험을 쌓은 신예들이 마련한 반석에 베테랑이 가세해 탄탄한 기둥을 놓은 세이부. 세이부의 올 시즌 초반 선전은 스타 한두 명에 의존한 것이 아닌 선수단의 조화가 이뤄낸 것이라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세이부의 리빌딩 성공은 세대교체에 고민 중인 국내 구단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chu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