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누 리브스를 왜 욕하나
OSEN 기자
발행 2008.04.18 07: 55

[데스크의 눈]키아누 리브스(43)는 요즘 한국에서 '거만한' 할리우드 톱스타의 전형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비밀리에 입국하면서 팬들과의 만남도 제한하는 등 까다롭게 굴었다는 게 이유다. 때마침 16일 같은 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듀란듀란이 환영나온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촬영을 해주는 모습과 비교되기 까지 했다. 그러나 방한 일정 때 유별났던 해외 유명인이 어디 리브스 뿐일까? 오히려 리브스는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는 데 철저하면서도 인터뷰나 레드 카펫 등 공식 일정을 제대로 소화했다. 최근 한국 방문에서 한국 팬을 무시하는 듯 천방지축으로 굴었던 할리우드의 젊은 스타들과는 전혀 달랐다. 또 리브스가 대인 기피증을 보이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한국에서 유별났던 게 아니다. ‘매트릭스’시리즈에서 인간을 구원했던 리브스는 현실에서는 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사는 배우고 그런 연유로 자신의 주위에 벽을 쌓고 살고 있다. 전지현의 '시월애'를 리메이크한 '레이크 하우스' 개봉 당시 그는 자신을 ‘바가본도’(방랑자)로 자처하며 “이제 외로움이 싫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미국의 월간지 '퍼레이드'와의 인터뷰에서 고백한 바 있다. “나는 그동안 외로워지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남자로서 이제는 결혼해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갖기를 원한다.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밝혔다. 또 어린 시절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마음의 아픈 상처도 털어놨다. 그의 아버지는 리브스가 갓난 아기였을 때 가족을 버리고 떠났다. 여러번 결혼 경력이 있는 그의 어머니는 가족을 데리고 수없이 이사를 다녔고, 이 때문에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기를 좋아하는 성격이 고착화 됐던 것. “내 속에는 집시 기질이 있어 떠돌며 사는게 당연한줄 알았다. 어느 곳에든 정착할 수가 없었고 언제나 새로운 장소에 가는걸 좋아했다. 집을 사는 대신에 아파트를 빌리고, 호텔에 머무른게 그래서 였는데 40살이 되고부터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40살 생일을 혼자 보내며 너무나 외롭고 고독한 심정을 느꼈던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 일이 있은 후 가장 먼저 집부터 샀다”는 그의 인생은 화려한 할리우드 스타의 겉모습과 달리 비극적인 일들로 가득찼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리버 피닉스가 약물 과용으로 1993년 23살의 젊은 나이에 죽는 모습을 지켜봤고, 여동생 킴(39)은 백혈병을 앓았다. 여기에 사랑했던 여자친구 제니퍼 심은 2001년 교통사고로 죽었다. “젠장,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라진다니 이건 정말 공평하지않다”는 그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가면 잊혀질꺼야’라고 말하지만 슬픔은 절대 끝나는 법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 그 외로움을 알수 있을 것”이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다시 세월이 흘러 리브스는 예전보다 한결 밝아진 얼굴을 찾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깊은 곳 상처는 완전히 가시지 않았을 터이고 사생활에 관한 한 자기 보호 본능도 여전하다.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용산 아이파크 몰에서 열린 키아누 리브스 방한 기념 레드 카펫 행사에는 수많은 팬들이 몰려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리브스가 예정보다 다소 늦게 도착했지만 팬들은 그가 등장하자 환호성을 지르며 환대했다. 리브스는 환한 미소 속에 레드 카펫을 밟으며 그를 보기 위해 운집한 팬들과 일일이 손을 잡았고 팬들은 환호하며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팬들은 카메라 폰과 디지털 카메라로 연신 그의 사진을 찍었고 그런 팬들에게 리브스는 침착한 모습으로 사인을 해주며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런 그를 '거만한' 리브스씨로 몰게 된 배경에는 사실 한국 관객을 우습게 보는 할리우드 거대 영화사들의 오만이 깔려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짧디 짧은 방한을 한국 개봉에 맞춰 큰 선심 베풀 듯 홍보하면서 장삿속만 밝히는 까닭이다. 해마다 엄청난 블록버스터 흥행 수익을 챙겨가는 메이저 스튜디오들이야말로 한국 관객들을 향한 진심을 보여야하지 않을까 싶다. mcgwire@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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