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히어로즈 돌풍, 이대로 사그라지나
OSEN 기자
발행 2008.04.18 14: 07

[OSEN=이상학 객원기자] ‘신생팀’ 우리 히어로즈가 흔들리고 있다. 히어로즈는 지난 15~17일 한화와의 청주 3연전에서 전패하며 시즌 첫 4연패를 당했다. 최근 6경기에서도 1승5패로 하향세가 뚜렷하다. 팀 순위는 아직 4위에 올라있지만, 8승8패로 승률이 정확히 5할로 떨어졌다. 10일 공동 1위까지 올라가며 돌풍을 일으킨 히어로즈지만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조짐이다. 마무리 부재 결정타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은 “마땅한 마무리가 없어 고민”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있다. 6월까지는 어떻게든 믿고 지켜볼 것이라던 고졸신인 김성현은 개막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사실상 버려진 카드가 됐다. 최근 5패 가운데 3패가 역전패라는 사실이 히어로즈의 고민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다. 특히 3패 모두 9회 리드를 지킨 상황에서 마지막 이닝을 남겨두고 당한 뼈아픈 통한의 역전패였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패배들이었다. 히어로즈로서는 지난 주말 SK와의 3연전이 치명상이었다. SK와의 3연전을 지켜본 야구인들은 한결 같이 “히어로즈의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3연전 첫 경기가 히어로즈에는 돌이켜 보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마무리 투수 송신영은 연장 13회까지 무려 5이닝을 던지고도 패했다. 마무리 소모는 이틀 뒤 9회 대역전패로 나타났다. 선발 마일영은 완봉 페이스를 보였지만, 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결과론적이지만 불펜을 소모하지 않았더라면 얘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히어로즈는 불펜 방어율이 4.33으로 이 부문 전체 6위에 그치고 있다. 브래드 토마스(한화)나 우규민(LG)처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확실한 마무리가 없는 상황이라 경기 종반 때마다 불펜 운용에 고민을 떠안고 있는 처지다. 송신영을 중심으로 조용훈·신철인·노환수·김성현 등이 집단으로 돌아가며 마무리하고 있지만, 집단 마무리 체제가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가장 최근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한 팀으로는 2006년 노장진이 팀을 무단이탈한 롯데가 있다. 당시 롯데도 리드를 지킨 9회만 되면 '공포극장'이 따로 없었다. 타선은 그래도 탄탄 히어로즈가 믿을 구석은 역시 타선이다. 히어로즈가 모태로 삼고 있는 현대 유니콘스도 말미에는 실질적으로 투수왕국보다 타자왕국에 가까웠다. 지난해 현대는 팀 타율(0.271)·출루율(0.346) 1위, 팀 장타율(0.384) 2위에 빛나는 팀이었다. 올 시즌에도 히어로즈는 팀 타율(0.287)·출루율(0.366)·장타율(0.410) 모두 전체 2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6위(530점)에 그쳤던 팀 득점도 올해는 2위(72점)다. 팀 공격 주요 부문에서 시즌 초반 극강의 타격을 보이고 있는 롯데 다음으로 뛰어나다. 선수 개개인을 둘러봐도 마찬가지. ‘부동의 4번 타자’ 클리프 브룸바가 타율 3할1푼5리·2홈런·12타점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가운데 상·하위타순을 가리지 않고 쉬어갈 틈이 많지 않다. 하위타순의 요새 황재균이 56타수 18안타로 팀 내 최고인 3할2푼1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고, 이숭용도 53타수 17안타로 3할2푼1리의 고타율을 기록 중이다. 정확히 3할을 마크하고 있는 정성훈까지. 3할대 타자가 4명이나 된다. 이외에 이택근(0.287)·송지만(0.273) 등도 타격 감각이 살아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기동력이 떨어지고, 지난해처럼 벤치와 선수간의 호흡이 척척 맞아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건 문제점이다. 대표적인 '굼뱅이 군단'이었던 한화도 올해는 15개의 팀 도루를 기록했으나 히어로즈는 단 2개밖에 없다. 반면 도루 실패는 무려 11개나 된다. 도루성공률은 1할5푼4리로 최악 수준. 특유의 작전수행능력도 흐지부지해졌다. 청주 3연전에서는 2차례나 더블스틸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방망이는 탄탄하지만 조직력은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히어로즈는 잔루가 129개로 가장 많다. 기대와 불안 히어로즈는 기대와 불안을 함께 안고 있다. 기대는 부상선수들의 복귀다. 투수 전준호가 복귀했고, 에이스 김수경도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전준호가 컨디션을 회복하고 김수경이 원대 복귀한다면 선발진은 보다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불안이 더 많이 도사리고 있다. 겨우내 전지훈련을 제대로 치르지 않아 얼마나 여름을 잘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우려로 지적된다. 동계훈련의 성과는 여름에 나타나기 마련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96개로 가장 많았던 실책은 올 시즌에도 12개로 가장 많다. 포수 자리도 문제다. 연봉 후려치기로 몸과 마음을 다친 ‘40세 포수’ 김동수는 공수 양면에서 영 시원찮다. 14타수 2안타로 타율 1할4푼3리에 불과하고, 도루저지율은 아예 제로다. 김동수가 포수 마스크를 썼다고 투수들이 안정을 찾은 것도 아니었다. 김동수가 홈플레이트를 지킨 33⅔이닝 동안 투수들은 21자책점을 기록해 포수 방어율이 5.61이나 된다. 이광환 감독은 내야수였던 강정호를 포수로 기용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강정호는 17일 청주 한화전에서 9회말 결정적인 패스트볼로 역전패 단초를 제공했다. 김동수는 덕아웃에 있다 대타 이도형 타석 때야 부랴부랴 ‘마무리 포수’로 교체됐지만, 끝내기 안타를 맞고 말았다. 히어로즈의 현실이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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