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클락, 최고 외국인선수 경쟁 '치열'
OSEN 기자
발행 2008.04.18 15: 0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선수 집단 부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신입 외국인선수들의 부진이 눈에 띈다. 하지만 롯데 카림 가르시아(33), 한화 덕 클락(32)은 예외다. 좌타 외야수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선수는 시즌 초반부터 빠른 적응 속도를 보이며 최고 외국인선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매년 리그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외국인선수가 한두 명쯤 나타나기 마련이다. 올 시즌에는 가르시아와 클락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가르시아 가르시아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압도적인 장타력이 돋보이는 선수로 유명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올 시즌 최고 외국인선수로 가르시아를 꼽으며 “뉴욕 양키스에서도 5번을 쳤던 선수”라고 평가했다. 가르시아는 제이 데이비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후 김 감독이 영입을 고려한 선수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06년까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바펄로스 소속 당시 가르시아의 연봉은 1억3000만 엔이나 됐다. 김 감독은 “몸값이 너무 비싸 영입을 생각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김 감독은 가르시아의 장타력을 높이 샀지만 결국 영입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 가르시아가 지금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올 시즌 14경기에서 58타수 14안타, 타율 2할9푼2리·5홈런·14타점·10득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은 공동 1위, 타점은 공동 2위에 랭크돼 있다. 장타율도 전체 3위(0.646). 특히 ‘홈런파워’가 대단하다. 5개 홈런 가운데 밀어서 넘긴 것이 4개나 된다. 잡아당긴 홈런은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밀어서 거뜬히 넘길 정도로 힘 하나는 좋다. 게다가 5개 홈런 중 4개를 좌완 투수에게 뽑아낼 정도로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있다. 결승 홈런 하나 포함 4개가 3점차 이내 접전에서 터진 홈런 아치였다. 5번 타자로 기용되고 있는 가르시아는 4번 타자 이대호를 완벽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롯데 타선은 ‘이대호와 여덟난장이’로 명명됐다. 하지만 팀 타율은 2할7푼으로 리그 전체 2위였다. 타자들이 기본적인 능력은 있었지만 대체로 소총수였고 상대 투수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장타자가 이대호를 제외하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이대호 바로 뒤에 가르시아가 붙으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가르시아는 안타 14개 중 7개가 장타일 정도로 장타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고의4구가 무려 25개였던 이대호는 올 시즌 아직 고의4구가 하나도 없다. 클락 2년 전 한화가 가르시아 영입을 애초 포기하고, 접촉한 선수가 다름 아닌 클락이었다. 그러나 클락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유로 한화의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 그래서 차선택으로 데려온 선수가 바로 제이콥 크루즈(삼성)였다. ‘이고초려’ 끝에 영입한 클락이었지만 처음 김 감독은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타격이나 장타력이 크루즈보다 약하다. 대신 수비와 주루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클락은 수비와 주루는 물론 타격과 장타력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 데이비스 못지않은 ‘5툴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조짐이다. 클락은 올 시즌 17경기에서 65타수 22안타, 타율 3할3푼8리·5홈런·11타점·18득점·3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 공동 1위, 최다안타·득점 단독 1위, 타격·타점 공동 7위 등 타격 주요 부문에서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3루타도 유일하게 2개나 기록하며 장타율 부문에서도 당당히 전체 1위(0.677)에 올라있다. 시범경기 때 “볼에 자꾸 방망이가 나간다”는 지적에 클락은 달라졌다. 삼진은 9개 당했지만 볼넷도 8개나 얻었다. 3번 중심타자, 1번 톱타자 어디에 갖다 놓아도 제 몫을 다해내고 있다. 김 감독은 “보면 볼수록 빛이 나는 선수”라며 급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클락에게 가장 의외로 다가오는 부분은 홈런이다. 물론 5개 홈런 가운데 4개를 대전·청주구장 홈구장에서 때려냈지만, 홈런 비거리는 118.0m로 가르시아(116.0m)보다 조금 더 길다. 5개 홈런 모두 3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터진 영양가 만점 홈런이었다. 몸쪽·가운데·바깥쪽 등 코스를 가리지 않고, 홈런을 양산한 것도 돋보이는 대목. 구질 역시 직구·슬라이더·체인지업 등 다양했다. 결정적으로 클락은 수비와 주루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클락이 중견수를 맡아줌으로써 한화의 지명타자 활용 폭이 넓어졌다. 적극적으로 달리는 베이스러닝도 일품이다. 약점? 가르시아와 클락은 올해가 한국에서 치르는 첫 시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빠른 적응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가르시아는 2005~2006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경험을 잘 살리고 있고 클락은 첫 동양야구임에도 특유의 스타일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하지만 한 차례 고비가 찾아올 시점에서 과연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 두 선수 모두 이제 타팀으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게 된다. 아직 국내 투수들은 그들을 잘 몰랐다. 일본 현미경 야구 못지않게 한국의 분석 체계도 발달했다. 가르시아는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몸쪽 공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가르시아는 홈런 5개 중 몸쪽 공을 공략한 것은 하나도 없다. 철저하게 바깥쪽을 공략하거나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전형적인 어퍼 스윙으로 몸쪽 코스에 약점을 보일 수 밖에 없는 매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지난 10일 삼성 배영수는 집중적인 몸쪽 승부로 가르시아를 2차례나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몸쪽 공에 대한 부담은 없다. 오는 대로 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몸쪽으로 잘 제구할 수 있는 투수는 많지 않다. 클락은 아직 딱히 큰 약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시범경기 때 드러낸 선구안 문제는 이미 해결했고, 장타 파워도 기대이상으로 좋다. 다만 굳이 찾는다면 밀어치기에 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홈런 5개 가운데 밀어친 홈런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올 시즌 기록한 안타 22개 중 밀어친 타구는 단 3개밖에 없다. 의외로 전형적인 당겨치기를 구사하고 있다. 밀어치기가 약한 타자는 언제 타율이 떨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기복을 타게 돼 있다. 클락은 2안타 멀티히트를 기록한 경기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8차례나 되지만, 무안타 경기도 5차례 있다. 물론 현재 같은 페이스라면 3할대 타율은 떼 논 당상이지만 말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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