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율 0' 임창용, '창용불패' 재현
OSEN 기자
발행 2008.04.20 08: 24

[OSEN=이상학 객원기자] ‘무적’ 한신 타이거스의 돌풍이 일본 프로야구를 강타하고 있다. 그러나 한신은 지난 19일 경기에서 야쿠르트 스월로스를 맞아 연승이 5에서 끊겼다. 9회초 히야마 신지로의 타구가 5-4-3 병살타로 연결되며 무릎을 꿇었다. 마운드에는 그가 있었다. 임창용(32)이었다. 경기 후 임창용은 이날 선발승을 거둔 무라나카 교헤이, 중간계투 오시모토 다케히코와 함께 경기 히어로로 선정됐다. 임창용이 히어로 인터뷰할 때 진구구장 팬들은 태극기를 펄럭였다. 임창용의 일본 진출 첫 해는 이처럼 매우 성공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명명하자면 ‘창용불패의 재현’이라 할 수 있다.
초특급 성적
일본 프로야구 데뷔 첫 경기였던 지난달 28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전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임창용은 마무리 경쟁자였던 이가라시 료타가 허벅지 부상으로 낙마하자 이튿날부터 ‘붙박이’ 소방수로 자리매김했다. 성적은 200%를 충족시키고 있다. 올 시즌 7경기에 구원등판한 임창용은 7이닝을 던져 방어율 제로를 기록하고 있다. 안타는 4개밖에 맞지 않았고, 볼넷도 단 하나밖에 없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점대(0.71)다. 피안타율도 1할6푼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같은 성적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임창용의 성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들과 비교다. 9세이브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야구소년’ 후지카와 규지(한신)는 정확히 1점대 방어율(1.00)과 함께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88에 불과하다. 피안타율도 1할8푼2리. 임창용이 방어율·WHIP·피안타율에서 아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후지카와는 9경기에 등판해 9이닝을 던졌다. 임창용보다 2경기·2이닝을 더 던졌다. 게다가 후지카와는 9이닝 동안 삼진 18개를 잡아냈다. 임창용은 7이닝 4탈삼진. 이닝당 2개에 달하는 탈삼진 능력에서 후지카와는 상상을 초월한다.
5세이브로 이 부문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와세 히토키(주니치)나 마크 크룬(요미우리)과 비교할 때에도 임창용은 전혀 뒤질 것이 없다. 이와세는 6경기에서 6이닝을 던졌다. 방어율은 제로이며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83이다. 피안타율은 1할9푼. 역시 임창용이 근소하게 앞선다. 외국인선수 크룬은 7경기에서 7⅔이닝을 소화했다. 방어율은 제로,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52에 불과하다. 피안타율은 1할도 되지 않는 8푼이다. 하지만 임창용의 성적이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은 결코 아니다. 데뷔 첫 해부터 임창용은 후지카와·이와세·크룬 등 일본 프로야구 정상급 마무리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 비결은
임창용이 현해탄을 건널 때에만 하더라도 이만한 임팩트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드물었다. 지난 2005년 가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전후로 임창용은 지는 해처럼 여겨졌다. 재활을 끝마치고, 스프링캠프까지 소화하고 맞이한 첫 해였던 지난해 삼성에서 임창용은 선발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불펜에서 이따금씩 괜찮은 피칭을 했지만 완벽한 수준은 아니었다. 지난 2004년 말 몸값에서 이견을 보이며 일본행이 좌절됐던 임창용이었지만 올 겨울 떠날 때에는 3300만 엔이라는 일본 프로야구 외국인선수 최저연봉 수준을 받아들였다. 도전의식이 솟구쳐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임창용은 최고의 저비용 고효율 선수가 됐다.
팔꿈치 수술 후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것도 성공 비결 중 하나로 분석된다. 또한, 임창용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에도 구속이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늘어난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요미우리전에서는 최고 156km를 마크해 열도를 열광시켰다. 사이드암·스리쿼터·오버스로 등 상황에 따라 변하는 투구폼도 일본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다이내믹한 투구 폼을 갖춘 옆구리 투수가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공을 던지니 쉽게 공략할 수 없다. 일본에서도 이런 투수는 없다. 임창용은 자신만의 특화된 무기로 일본 타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제1의 전성기 '창용불패' 시절의 강점이기도 했다.
직구 위주의 공격적인 투구 패턴도 성공의 힘이다. 지난해 삼성에서 선발로 활약할 때 임창용은 지나칠 정도로 정면 승부를 펼치다 경기를 그르친 경우가 잦은 편이었다. 완급 조절이 필요한 선발에게 과도한 정면 승부는 독이었다. 하지만 마무리는 다르다.
올 시즌 임창용의 최대 강점이 바로 이같은 과감한 승부다. 임창용은 26타자 중 19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무려 73.1%나 된다. 게다가 정확히 100개의 공 가운데 직구가 83개였다. 빠른 직구를 바탕으로 속전속결했다. 풀카운트 승부는 단 2번밖에 없었다. 심지어 좌우 타자도 가리지 않았다. 좌타자 16명을 맞아 3안타·1볼넷만 허용했다. 탈삼진은 3개. 지금 임창용은 누구도 공략할 수 없는 창용불패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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