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한 편에 너무나 익숙한 얼굴의 사람이 서 있었다. 관중들 속에 묻혀 조용히 후배들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던 그는 과거 우리를 웃고 울렸던 영웅이었다. 그의 이름은 서정원(38). 성남 일화와 대전 시티즌의 정규리그가 열린 지난 19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그를 만났다. "내가 신인이던 시절에는 어떤 경기를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긴장했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내 실력이 이거밖에 안되나 고민할 정도였다. 그런데 요즈음 선수들을 보면 그런 모습이 없어서 참 좋다". 언제까지나 현역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을 줄 알았던 서정원이 후배들에게 보낸 감탄사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SV 리트에서 은퇴하고 유소년 지도자로 돌아온 서정원이 후배들에 대한 감탄과 함께 충고를 남겼다. 서정원은 '날쌘돌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빠른 스피드와 높은 기량으로 한국 축구의 부흥을 이끌었던 선수. 그는 1992년 안양 LG(현 FC서울)에서 프로 선수로서 첫 발을 딛었고,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을 거치며 지난해까지 현역에서 최정상급의 활약을 보였다. 그야말로 자기관리의 철저한 화신이었던 셈이다. 서정원이 그렇게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쑥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짓던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지론을 풀어갔다. "분명히 예전보다 축구를 하는 환경은 월드컵 붐으로 좋아졌다. 그러나 선수 자신의 관리는 환경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결정된다. 난 어린 선수들에게 축구가 생활의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 어떤 선수들은 경기가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며, 선수는 다음 경기를 위해 또 다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이 축구 선수의 삶이다". 서정원은 축구 선수의 삶에 대해 부연 설명을 이어갔다. 자신의 경기를 돌아보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기를 지켜보며 배우는 것이 선수의 자세임을 강조했다. "축구 선수에게 운동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뛴 경기를 다시 볼 필요도 있다. 자신의 실수를 확인하고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발전을 노린다면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 유수의 선수들의 좋은 경기를 보면 자신의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를 집중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자신도 모르게 운동장에서 그 선수의 움직임을 따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원은 “아직 어린 선수들에게는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이 나이가 들어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는다"고 했다. 서정원은 미소를 지으며 "난 이런 과정을 거쳐 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라면, 다른 의식을 가져야 한다. 생활의 중심이 축구가 돼야하는 것, 그 것이 축구를 업으로 선택한 그대들의 영원한 숙제이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stylelomo@osen.co.kr 지난해 8월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가족들과 함께 팬들에 인사하는 서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