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는다. 반면 작지만 큰 인내심은 팀을 살리는 동시에 팬들에 훈훈한 광경을 선물한다.
지난 19일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서 외야수 유재웅(29. 두산)의 인내심이 경기를 살렸다. 유재웅은 7회말 2사 1루서 SK 좌완 김준에 몸에 맞는 볼을 맞았다.
이에 앞서 1사 2루서 두산 1루주자 김재호와 SK 유격수 나주환의 충돌로 나주환이 무릎 부위를 스파이크에 긁혀 유니폼이 찢어지며 부상을 당해 경기가 5분 간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음을 생각하면 보복성이 다분한 빈볼이었다.
유재웅이 마운드로 달려나가 몸싸움을 벌이는 사태까지 충분히 예견되던 순간이었다. 여기에 1루주자 오재원이 진루하며 SK 2루수 정근우와 실랑이를 벌여 두산 선수단은 자리를 박차고 그라운드로 몰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치 상황을 막은 것은 빈볼을 맞은 유재웅이었다. 유재웅은 지긋이 손을 들어 "나는 괜찮다"라며 선수단을 진정시켰다. 커다란 충돌을 작은 움직임으로 막아낸 것이다.
이후 경기는 김준의 빈볼 퇴장 이후 정상적으로 이어졌다. 만약 유재웅이 빈볼에 대응하는 공격에 나섰다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큰 몸싸움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유재웅은 인내심을 발휘하며 경기를 이어가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날 2타수 1안타 2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유재웅은 매너와 경기력을 모두 보여주며 본보기가 되었다.
야구선수는 야구로 승부해야 한다. 유재웅이 보여준 인내의 손짓은 야구선수가 발휘한 하나의 미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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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