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올 시즌 KIA 야구는 톱타자 이용규가 혼자 열심히 밥상을 차리고 있다. 그러나 그걸 떠 먹는 선수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그 중심에 바로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 타자 최희섭(29)이 있었다. 겨우내 파혼과 원인 모를 두통으로 좋지 않은 쪽으로 주목받은 최희섭은 개막 후에도 극도의 부진을 보여 지탄을 받아야 했다. 최희섭은 올 시즌 18경기에서 60타수 14안타, 타율 2할3푼3리·3홈런·10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4볼넷·12삼진으로 볼넷·삼진 비율이 좋지 않으며 병살타도 2개나 있다. 득점권에서도 24타수 6안타로 타율 2할5푼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 서글픈 사실은 최희섭의 득점권 타율이 KIA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점이다. 장성호가 득점권에서 16타수 6안타, 타율 3할7푼5리로 그나마 활약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최희섭의 홈런 하나는 영양가 만점이다. 올 시즌 최희섭의 3홈런은 모두 중요할 때 터졌다. 시즌 1호 홈런포였던 지난 3일 광주 두산전에서는 2-3으로 뒤지던 4회말 이승학으로부터 경기를 뒤집는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15일 잠실 LG전에서는 9회초 2사 후 대타로 등장, 1점차로 따라붙는 중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19일 광주 한화전에선 6회말 결승 스리런 홈런을 때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최희섭의 홈런 비거리는 평균 121.66m에 달할 정도로 길다. 파워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홈런을 친 공들도 직구·슬라이더·체인지업으로 다양하다. 최악의 부진에서도 최희섭은 결승 홈런 2개 포함 결승타를 3개나 치고 있다. 다만 너무 띄엄띄엄 활약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잘할 때보다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최희섭의 현실이다. 중심이 안 잡혀있으니 팀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최희섭은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5경기에서 17타수 6안타, 타율 3할5푼3리·2홈런·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KIA도 최근 5경기에서 2승3패로 그래도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최희섭이 중심을 잡아줄 때 얼마나 KIA가 살아날 수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용규라는 특급 톱타자가 있는 KIA에서는 4번 최희섭이 중심을 잡을 때 득점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조범현 감독도 중심타선을 믿고 번트를 많이 대고 있다. 최희섭은 “몸 컨디션은 좋았는데 경기 때 집중력이 떨어져 슬럼프가 왔다”며 “시즌 초반 팀이 많은 기대를 받고 잘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한화전 결승홈런으로 최희섭은 다시 기운을 차렸다. “홈런을 쳐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 최희섭은 “몸 컨디션은 좋다.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희섭이 일어서는 순간 KIA도 중심을 잡고 일어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