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야생으로 돌아와주오
OSEN 기자
발행 2008.04.21 07: 34

‘1박 2일’ 인기 비결은 문명과 떨어진 환경에서 좌충우돌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TV로 전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의 체험에 ‘문명’이 많이 개입될수록 시청자들은 실망하기 마련이다. 20일 방영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에서 멤버들은 한국의 마추픽추라 불리는 전라남도 여서도에서 ‘문명과 단절한 채’ 직접 베이스 캠프를 만들어 하룻밤을 보냈다. 제작진에게 목재와 천을 지급받은 멤버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천막을 만들었다. ‘1박 2일’에서 ‘국민일꾼’으로 거듭난 이수근은 돌로 목재를 자르고 이로 천을 찢으면서 일꾼다운 면모를 보였다. 집짓기에 편리한 각종 공구를 가지고 있는 강호동, 은지원, 이승기 팀과 먹을 것만 풍족한 김C, MC몽, 이수근 팀이 서로 경쟁하며 베이스 캠프를 짓는 모습을 보는 내내 시청자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날 한가지 아쉬운 점은 게임에서 승리한 멤버들에게 주어진 혜택 ‘유토피아’였다. 여서도로 들어가기 전 멤버들은 문명과 단절하기 위해 휴대폰을 반납했다. 그러나 게임에 승리한 김C, 이수근, MC몽은 풀밭 위에 마련된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노트북으로 인터넷하고 휴대폰을 사용했다. 또 물 끓이기 기계로 커피를 타 먹는 등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1박 2일’의 기획의도는 ‘우리가 잘 아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삼천리 금수강산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6남자의 야생 버라이어티’다. 각 멤버들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친근감을 주면서 웃음을 선사했고 산촌으로, 어촌으로, 농촌으로 떠난 멤버들이 사람, 자연과 동화되는 모습이 감동을 선사했다. ‘1박 2일’은 불편하더라도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고 타협점을 찾으면서 조금씩 적응해가는 모습이 강점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여서도의 자연 위에 준비된 침대, 책상 위의 노프북, 자동 물 끓이기 기계 등은 부조화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멤버들이 누렸던 문명은 이미 그곳에 준비돼 있던 편리함이었지 억지로 외부에서 끌여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한나절의 불편함을 보상하기 위해 멤버들에게 주어진 한 순간의 편리함을 ‘유토피아’로 부르며 만끽하는 모습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오락 프로그램이 ‘재미’만 있으면 ‘의미’나 ‘감동’이 없어도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의미’를 잃는다면 ‘웃음’이 사라진 순간 바로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기 마련이다. miru@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