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뢰밭이 따로 없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화려한 재림이다. 한화가 타선의 힘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주 6경기에서 5승1패를 거두며 공동 5위로 뛰어올랐다. 한화는 지난주에만 홈런 10개를 폭발시키며 경기당 6.3점을 올리며 손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투수들은 “타자들이 워낙 잘쳐줘 편하게 던질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주 한화의 팀 방어율은 3.40이었다. 이전까지는 팀 방어율이 무려 5.47이었다. 타선의 힘이 마운드의 부담도 어느 정도 덜어내고 있다. 투타 밸런스가 착착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창단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의 해였던 1999년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1999년 막강 다이너마이트 한화는 전신 빙그레 시절부터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연습생 신화’ 장종훈을 필두로 이정훈·이강돈·유승안·강정길·고원부·전대영·이중화 등으로 공포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자랑했다. 그러나 한화로 구단명을 바꾼 후에는 어느 한 곳 쉬어갈 틈이 없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갖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장종훈은 건재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하나둘씩 부상과 노쇠화 등으로 쇠퇴하며 한동안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1996년 입단 동기 이영우와 송지만이 주축멤버로 자리매김하고 외국인선수 댄 로마이어와 제이 데이비스가 합류한 1999년에야 마침내 공포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재구축했다. 1999년은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타고투저 해였다. 그 중에서도 한화는 단연 돋보이는 팀이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에서 전체 1위(0.837)를 차지했다. 특히 일발 장타력이 대단했다. 출루율 전체 5위(0.353)였지만, 장타율이 전체 1위(0.484)였다. 홈런은 197개로 전체 3위. 이승엽-스미스-김기태-김한수로 구성된 삼성, 양준혁-샌더스-홍현우-장성호로 이루어진 해태도 대단했지만 중심타선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타선의 짜임새에서 한화가 조금 더 좋았다. 한화는 데이비스-로마이어-장종훈-송지만의 중심타선에다 이영우와 강석천이라는 특급 톱타자와 9번 타자가 요소요소에 있었다. 1999년 당시 한화는 이영우-임수민의 테이블세터와 데이비스-로마이어-장종훈-송지만으로 구성된 3~6번 중심타선 그리고 백재호-조경택-강석천으로 구성된 하위타선을 구축했다. 1번 톱타자 이영우는 생애 첫 3할 타율을 3할3푼4리로 마크했으며 홈런 13개와 2루타 33개를 때리며 장타율도 무려 0.522를 기록했다. 중심타선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 데이비스는 타율 3할2푼8리·30홈런·106타점·35도루로 호타준족의 면모를 보여주었고, 로마이어는 타율 2할9푼2리·45홈런·109타점으로 4번 타자 노릇을 해냈다. 장종훈도 타율 2할8푼4리·27홈런·86타점으로 건재를 과시했으며 송지만도 타율 3할1푼1리·22홈런·74타점·20도루로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9번 강석천도 타율 3할3리를 마크했다. 2008년 신형 다이너마이트 1999년 이후 한화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더 이상 활활 타오르지 않았다. 김태균·이범호가 급성장한 2000년대 중반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재점화될 조짐이었지만, 두 선수의 성장이 생각보다 더디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었다. 김태균·이범호를 제외하면 믿을 만한 타자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제이콥 크루즈를 내보내고 데려온 덕 클락도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영우도 예전의 이영우가 아니었다. 시즌 초반에도 이 같은 전망이 그대로 적중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한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형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화려한 구축을 알렸다. 이제 어느 팀도 넘볼 수 없는 막강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했다. 사실 팀 타율은 형편없다. 팀 타율 2할4푼8리로 이 부문 7위에 그치고 있다. 출루율도 3할2푼5리로 역시 7위. 하지만 장타율 부문 3위(0.406)를 마크하고 있으며 팀 홈런에서는 당당히 23개로 전체 1위에 랭크돼 있다. 경기당 평균 1.15개로 전체 및 평균 개수에서도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클락-김태균-이범호-김태완의 3~6번 라인들이 23홈런을 합작한 것이 눈에 띈다. 클락은 7홈런으로 이 부문 선두로 올라섰으며 김태완은 6홈런으로 바로 그 뒤를 쫓고 있다. 김태균과 이범호도 나란히 5홈런을 마크했다. 이들 덕분에 팀 타율·출루율 7위에도 불구하고 팀 득점은 95점으로 전체 2위다. 야구는 궁극적으로 득점을 더 많이 내야 이기는 게임이다. 한화는 득점할 수 있는 찬스를 좀처럼 놓치지 않고 있다. 팀 득점권 타율이 2할9푼1리로 3위이고, 경기당 평균 잔루도 6.9개로 3번째로 적다. 한화를 좀먹는 암덩어리였던 병살타로 경기당 평균 0.63개로 LG(0.4개) 다음으로 적다. 클락은 데이비스를 연상시키는 5툴 플레이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김태균은 토종 4번으로서 부상 중임에도 투혼을 발휘하며 달라진 정신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범호는 찬스에 강한 5번 타자로 확고히 했다. 김태완은 스윙을 간결히 하고 임팩트시 힘을 모으는 능력이 업그레이드됐다. 고민이었던 1번 톱타자에는 이영우가 다시 돌아왔다. 이영우는 1번 타순에서 27타수 9안타, 타율 3할3푼3리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이영우가 좌익수로 들어가 김태완을 지명타자로 기용하는 등 활용도가 높아져 공격활로를 찾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1999년 다이너마이트 타선에서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올드보이 이영우가 2008년형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마지막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1999년처럼 하위타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상대로서는 골치 아픈 일이다. 1999년 한화 하위타순에는 백재호-조경택-강석천이 있었다. 백재호는 뜬금없는 한 방이 있었고 강석천은 실질적으로 1번으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의 테이블세터 역할을 했다. 이는 이영우의 장타력을 살리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2008년에도 한화 하위타순은 까다롭다. 7번 이여상, 8번 신경현 또는 이희근, 9번 김민재로 구성돼 있다. 삼성에서 이적해 온 이여상은 하위타순의 요새로 자리매김했다. 안타 10개 가운데 5개가 2루타다. 8번 포수 이희근도 타율이 2할7푼8리다. 9번 김민재 역시 시즌 타율은 2할5푼8리지만, 득점권에서는 타율 4할2푼9리를 기록하며 야수로 변모했다. 도저히 쉬어갈 틈이 없다. 그리고 그 뒤에 과거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중심이었던 장종훈이 타격코치로 있다. 장종훈 타격코치는 제자들의 청출어람을 기대하고 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