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우여곡절 끝에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의 페예노르트에 입단했던 이천수(27)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밤 로다 JC와의 경기를 끝으로 2007~2008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이천수는 고개를 숙였다. 올 시즌 처음으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기회를 골대 불운으로 날렸을 뿐만 아니라 부상으로 이제 막 복귀한 상황에서 끝나버린 시즌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이천수는 예기치 못했던 상황 때문에 축구에 전념할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 21일 엑셀시오르전을 시작으로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본격적인 선발 출전을 시작할 무렵에는 불미스러운 일로 귀국해야 했고, 다시 한 번 소속팀에서 신임을 받았던 1월 즈음에는 발목 부상으로 80일간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이천수로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던 기회를 뜻하지 않은 이유로 모두 놓쳐버린 셈이다. 이천수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동안 소속팀 페예노르트도 우승을 노리던 초반 기세와 달리 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출전권이 걸린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할 수 없는 6위로 전락했기에 그 아쉬움은 더했다. 여기에 몇 번의 골대 불운으로 단 한 개의 공격 포인트로 기록하지 못한 이천수의 상황은 과거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천수는 올 시즌 정규리그 12경기(선발 4회, 교체 8회)를 뛰며 무득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후회는 없었다. 이천수가 입단한 페예노르트는 아약스, PSV 아인트호벤과 더불어 네덜란드 축구를 이끌어온 명문 구단이다. 그리고 이천수는 반 마르바이크 감독의 신뢰 속에서 올 시즌 페예노르트의 일원으로 당당히 활약했다. 지금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도 PSV 아인트호벤에서 첫 시즌에는 홈팬들의 야유를 받는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것을 고려한다면 이천수의 올 시즌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이천수는 자신의 복귀전이었던 로다 JC와의 최종전에서 후반 36분 왼쪽 날개로 교체 투입되며 오랫만에 출장, 적극적인 플레이로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발리슛을 날리는 등 의미 있는 활약을 펼쳤다. 오는 27일 다시 한 번 로다 JC와 더치컵 결승전에서 만나는 이천수가 내년 희망을 기약할 수 있는 이유였다. stylelomo@osen.co.kr
